대외 고객 지원 넘어 내부 AX까지...국내도 FDE 도입 확산
||2026.06.04
||2026.06.04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국내에서도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 위한 전방배치엔지니어(Forward Deployed Engineer·FDE) 조직 도입 시도가 늘고 있다.
FDE는 미국 데이터 플랫폼 기업 팔란티어가 국방·정보기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립한 현장 밀착형 엔지니어 모델이다. 엔지니어가 고객 조직에 직접 들어가 문제를 정의하고 맞춤형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내에서는 이를 고객사 현장에 투입하는 방식뿐 아니라 사내 AI 전환(AX)을 지원하는 조직 형태로도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1일자로 국방 AX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며 FDE 조직을 강조했다. TF장은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직접 맡는다. 안보 문제로 외산 클라우드나 AI 모델 사용에 한계가 있는 국방 분야에서 소버린 AI로 먹거리를 찾겠다는 게 회사 포부다.
FDE는 국방 현장에 직접 투입돼 군 조직 AX를 구현한다. 특히 네이버클라우드는 자사가 보유한 옴니모달 AI 모델이 전장 환경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텍스트·이미지·음성을 단일 모델에서 통합 처리하는 구조가 음성 교신, 영상 정보, 문서가 복합적으로 오가는 전장 환경에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클라우드부터 AI 모델, 서비스까지 자체 풀스택 역량을 국내에 갖춘 점도 외산 솔루션 대비 경쟁 우위로 꼽는다.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는 "국방 분야는 데이터 주권과 보안 이슈로 외산 AI나 클라우드 활용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국산 AI 모델과 인프라를 모두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의 경쟁력이 부각될 것으로 본다"며 "현재 관련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피지컬 AI 스타트업 마키나락스는 2024년부터 FDE 조직을 운영해왔다. FDE가 고객 현장에 투입돼 도메인 전문가, 고객사 IT 조직과 협업하며 AI 시스템 설계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맡는다.
마키나락스는 앞서 두산·삼성·현대·LG·SK 등 국내 제조 대기업에 산업 현장 특화 AI 솔루션을 구축했다. 파견 엔지니어들이 이상탐지·최적화·예측분석 등 산업 특화 AI 모델을 개발해 배포하고, 자사 머신러닝 운용(MLOps) 플랫폼 '런웨이'로 모델 개발부터 운영까지 통합 관리하는 방식이다.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는 "전장부터 공장까지, 실제 현장에서 동작하는 AI가 성과로 이어지기까지의 전 과정을 책임지는 기술과 조직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FDE를 내부 AX에 활용하려는 기업들 시도도 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4월께 사내 AX를 지원하는 FDE 조직을 신설했다. 기존 AI 네이티브 조직 내 수석급 엔지니어 일부가 FDE 조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FDE는 개발과 비개발 구분 없이 순환하며 업무 프로세스를 분석, AI 에이전트 도입과 자동화 등을 지원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실제 업무에 AI를 녹여내기 위해서는 현업 문제를 이해하고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들어 적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FDE 조직이 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도 최근 내부 AX를 위한 FDE 가동을 시작했다. 지난 3월 AI FDE 직무 채용을 실시해 두자릿수 인원을 선발했다. AX가 필요한 팀에 FDE가 배치돼 코딩 에이전트로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계·개발·배포한다. 크래프톤은 우수 엔지니어를 확보하기 위해 경력·학력 무관 채용에 정규직 초임을 웃도는 기본급과 성과급 보상을 내걸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AX 과제를 던져주면 FDE가 해결해주는 구조이고 조직 구성원들 반응이 매우 좋다"며 "현업 문제를 이해하고 AI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FDE와 같은 역할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시도되는 FDE 모델이 기존 시스템통합(SI) 사업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FDE를 앞세운 AI 사업이 지속성을 확보하려면 파견 인력 자체보다 이들이 구축하는 AI 솔루션과 플랫폼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 AI 솔루션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원래 SI 엔지니어들 역량이 높은 시장이라 고객사 현장에 들어가 문제를 해결하는 FDE 방식에서도 강점이 있다"며 "엔지니어 성과 보상을 제약하는 현행 제도에선 고숙련 엔지니어를 지속 확보해 생태계를 키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AI 인프라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클라우드형 서비스(SaaS) 중심 시장라 FDE가 상대적으로 새로운 역할로 받아들여졌지만, 한국은 애초에 파견형 엔지니어 문화가 정착돼 있다"며 "FDE가 단순한 마케팅 용어로 소비되지 않으려면 차별화된 AI 모델, 플랫폼 경쟁력이 함께 입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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