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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서 외면받는 러시아 화폐…환전소 재고 1170억원 누적

아시아투데이|김민규 아스타나 통신원|202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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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민간 외환시장에서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한때 인기를 끌었던 루블화의 수요가 대폭 줄면서 환전소가 보유한 물량이 수천억원 규모로 불었다.

2일 카자흐스탄 경제매체 LS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카자흐스탄 민간 환전소들의 루블화 초과 물량은 총 390억 텡게(약 1170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루블화를 팔려는 사람에 비해 사려는 사람이 적어 환전소에 재고가 누적됐다.

지역별로 주민들의 루블화 순매도 규모는 알마티가 약 148억 텡게(약 444억원), 아스타나가 약 67억 텡게(약 201억원)로 전국적인 공급 과잉 현상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상황은 이렇지 않았다. 2021년 카자흐스탄에서는 국경 무역과 관광, 개인 저축 수요가 증가하면서 루블화가 인기있는 외화에 들었다.

당시 환전소들의 루블화 순매수 규모가 총 589억 텡게(약 1767억원)에 달했을 정도로 수요가 높았으나 이런 흐름은 2022년 9월을 기점으로 뒤집혔다.

당시 러시아가 부분동원령을 발표하고 서방의 대러 제재가 장기화되면서 카자흐스탄 국민들 사이에서는 루블화 보유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역사상 처음으로 환전소 내 루블화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고 '루블을 사는 시장'은 '루블을 파는 시장'으로 바뀌었다.

환전소 내 루블화 공급 과잉 규모는 2022년 약 22억 텡게(약 66억원)에서 지난해 6월 약 405억 텡게(약 1215억원), 그 다음 달에는 역대 최다인 약 532억 텡게(약 1596억원)까지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약 390억 텡게(약 1170억원) 수준이 유지되면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모든 지역에서 루블화 수요가 감소한 것은 아니다. 카라간다주에서는 올해 4월 기준 10억 텡게(약 30억원) 이상의 루블화 순매수가 발생했다. 동카자흐스탄주와 망기스타우주 역시 여전히 루블화 수요가 공급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이 러시아와 산업·물류 연계성이 높은 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금융·서비스업 중심지인 알마티와 아스타나에서는 루블화를 처분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면서 지역별 경제 구조 차이가 외환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루블화 공급 과잉 현상을 중앙아시아 경제 지형 변화의 상징적인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래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와의 교역을 유지하면서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중간회랑(Middle Corridor)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간회랑 물동량은 2021년 약 58만톤에서 지난해 448만톤 수준으로 급증했다. 유럽연합(EU)과 세계은행 등도 관련 인프라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자흐스탄 경제가 러시아 중심의 전통적인 물류·무역 구조에서 중국과 중간회랑 중심의 다변화된 구조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루블화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루블화 수요 감소가 곧바로 러시아와의 경제적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지정학적 변화에 대응해 무역과 금융 네트워크를 다변화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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