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가 시작된 3일 오전 6시께,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주민센터 앞에는 투표 시작 전부터 시민들이 줄을 섰다. 새벽부터 한 표를 행사하려는 발길이 이어지며 이른바 '투표소 오픈런'이 펼쳐졌다. 어르신들은 더위와 혼잡을 피해 일찌감치 집을 나섰고, 상인들은 가게 문을 열기 전 투표소에 들렀다. 휴일 일정을 앞둔 가족 단위 유권자들도 하루를 투표로 시작했다.
이날 본투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1만4288개 투표소에서 실시된다. 사전투표와 달리 선거일 투표는 주민등록지를 기준으로 지정된 투표소에서만 투표할 수 있다.
청량리동 주민센터 투표소 가장 앞줄에 서 있던 김명옥씨(77)는 오전 5시에 일어나 곧장 투표소로 향했다. 김씨는 "나라가 잘 돌아가려면 투표를 해야 한다"며 "어젯밤 종로 유세 현장에 다녀왔는데 후보자 연설을 듣고 나니 오늘 투표가 더 기다려졌다. 눈 뜨자마자 바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되든 시민들을 위해 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줄은 시간이 지날수록 길어졌다. 강영일씨(70)는 "오늘 모처럼 빨간 날이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며 "아이들이 늦게 일어날 테니 그 전에 투표부터 하고 하루를 시작하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한산할 때 빨리 투표하려다 예상보다 긴 줄을 마주한 주민도 있었다. 권재순씨(82·여)는 "사람 없을 때 하고 가려고 일찍 나왔는데 이미 줄이 길더라"며 "다들 같은 생각을 했나 보다"라고 웃었다.
같은 시각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은초등학교 투표소도 분주했다. "신분증 보여주세요. 투표용지 들고 기표소 들어가시면 됩니다"라는 안내원의 목소리가 이어졌고, 선거인 명부를 넘기는 소리와 투표용지 묶음을 뜯는 소리가 체육관 안을 채웠다.
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투표소는 4투표소와 5투표소로 나뉘어 운영됐다. 주민들은 입구에서 신분증을 내고 자신의 투표소를 확인한 뒤 양쪽으로 갈라져 들어갔다. 오전 6시 직후부터 지상에서 지하 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에는 20여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 시간에는 홀로 온 고령층이 눈에 띄었다. 인근 시장에서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최광희씨(71)는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어야 해 그 전에 잠깐 들렀다"며 "휴일이라 손님이 더 많이 올 것 같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기를 안고 온 가족들도 있었다. 김세희씨(34·여)는 돌이 채 지나지 않은 아들을 아기띠에 맨 남편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김씨는 "아기가 아직 어려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데리고 왔다"며 "세 가족이 놀러 가려고 일찍 나왔다. 차를 타고 근교에서 바람이나 쐬고 올 생각"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투표소에는 잠든 아기를 업은 부부들도 종종 보였다.
투표 시작 직후 이어진 대기 행렬은 오전 7시가 지나며 잠시 잦아들었다. 투표소를 착각해 발걸음을 돌리는 시민도 있었다. 한 달 전 인근으로 이사했다는 김성현씨(23)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투표소라길래 왔더니 내 투표소가 아니라고 해 돌아가는 중"이라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 성남 중원구 월드비전 성남종합사회복지관 투표소는 서울 일부 투표소와 달리 차분한 분위기였다. 대기 인원은 많지 않았지만 인근 중장년층과 노년층 주민들이 꾸준히 들어섰다. 시민들은 복지관 입구에서 안내를 받은 뒤 차례로 투표를 마쳤다. 일부는 곧장 장을 보러 가거나 산책길에 나섰다. 투표가 특별한 행사가 아니라 일상적인 하루의 시작처럼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성남 중원구에 30년 넘게 살았다는 정희선씨(68·여)는 "사전투표도 편하다고 하지만 나는 늘 본투표 날에 한다"며 "내가 사는 동네 투표소에서 직접 확인하고 투표해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물가도 많이 오르고 동네 상권도 예전 같지 않다"며 "시장이나 구청장이 주민 생활을 얼마나 챙길 수 있는지 보고 골랐다"고 했다.
지역 개발과 주거 문제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동네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이정진씨(59)는 "성남은 오래된 주택가도 많고 재개발 이야기도 계속 나오는 지역이라 주거 문제가 가장 신경 쓰인다"며 "선거 때마다 지역을 바꾸겠다는 말은 많았지만 실제 체감되는 변화는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말뿐인 개발 공약보다 교통, 주차, 안전 같은 생활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는 후보인지 따져봤다"고 했다.
이날 시민들은 동주민센터와 학교, 복지관 등 각자 지정된 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행사했다. 투표소 분위기는 지역마다 달랐다. 일부 서울 투표소에서는 새벽부터 긴 줄이 이어졌고, 성남 일부 투표소는 비교적 차분했다. 다만 이른 시간부터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은 저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마음으로 투표에 참여했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