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리포트’ 현실판?… 中, ‘반역자’ 미리 색출하는 국가 AI 감시망 개발
||2026.06.02
||2026.06.02
중국에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정부를 비판하거나, 반(反)정부 시위에 나설 만한 인물을 미리 가려내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통신 기록과 인터넷 사용 내역, 소셜미디어 활동, 위치 정보처럼 시민이 남긴 과거와 현재 흔적을 긁어모아 앞으로 반대자가 될 확률을 계산하는 감시 인프라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각) 중국 감시업체 지즈네트워크(Geedge Networks) 유출 문서 10만여건과 밴더빌트대 연구진 분석을 토대로 이 회사가 2024년 초부터 정부 지원 연구조직 메사랩(MESA Lab)과 정치 위험 인물을 AI로 식별하는 기술을 연구했다고 보도했다.
지즈네트워크는 중국 국가 차원 인터넷 검열 시스템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상업용 버전을 판매하던 기업이다. 그동안 특정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거나, 검열을 우회하는 가상사설망(VPN) 사용을 원천적으로 막는 소프트웨어를 주로 팔았다. 지즈네트웍스 수석과학자는 ‘중국 인터넷 검열의 아버지’로 불리는 팡빈싱(方滨兴) 교수가 맡고 있다. 유출된 문서를 분석한 보안 연구기관 인터섹랩(InterSecLab)은 이 회사가 사용자 데이터 패킷 내용을 들여다보는 심층 패킷 검사(DPI)와 이동통신 가입자 실시간 감시 기능을 갖춘 시스템을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지즈네트워크는 이렇게 감시망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로 앞으로 누가 정치적 위험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추정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시스템은 그동안 디지털 공간에 흩어진 데이터들을 한곳에 묶어 사용자 행동 흐름을 파악한다. 먼저 실명으로 가입한 휴대전화 번호를 메신저 계정과 묶어 관리한다. 여기에 휴대전화 기기 고유 식별자와 아이피(IP) 주소로 VPN 우회 접속 이력까지 인물 프로필에 합친다. 기지국 통신 기록과 위성항법장치(GPS) 신호까지 더하면 개인이 언제 시위 현장을 지났고, 어느 활동가와 접점을 맺었는지 시계열 궤적이 완성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처럼 국가가 통신망을 독점하고 플랫폼 협조를 강제하는 환경에서는 이런 결합이 쉽다고 평가했다.
VPN을 자주 쓰거나 해외 언론 사이트를 주로 보는 인물, 과거 시위 장소를 반복해서 방문하거나 반체제 활동가와 접점을 맺는 행동이 결합하면 ‘잠재적 정치 위험 인물’ 점수가 붙는다. 이 시스템에 따르면 어떤 책을 사고, 어느 극장에서 어떤 영화를 봤는지까지 이동 경로와 연결해 파악할 수 있다. 브렛 벤슨 밴더빌트대 정치학 교수는 “평범한 데이터가 해당 사용자가 누구이고 다음에 무슨 행동을 할지 결정하는 소재가 된다”고 했다.
유출 문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2024년 2월 5일 회의에서 사람들의 ‘의도’를 식별하고 ‘유해 정보’를 발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 공산당 체계에서 유해 정보는 강력 범죄 정보를 넘어 정치적 반대 의견과 체제 비판, 당국이 억누르려는 민감한 논쟁거리까지 포괄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글로벌분쟁협력연구소 지미 굿리치 수석연구원은 “중국 보안 기관이 데이터 과부하를 겪고 있다”며 “AI의 진정한 가치는 막대한 데이터 속에서 핵심 위협을 선별해 내는 데 있다”고 했다. 14억 시민을 사람이 직접 감시할 수 없으니 AI가 먼저 들여다볼 표적을 추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AI가 매긴 위험 점수가 곧 범죄 혐의로 직결되는 상황을 두고 실제 시위에 나서지 않은 시민도 알고리즘 오판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연합(EU)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AI법을 통해 개인 성향이나 특성만으로 범죄 위험을 예측·평가하는 시스템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브렛 골드스타인 밴더빌트대 위키드프라블럼랩 소장은 “대량 감시가 AI를 만났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진다”며 “중국이 현재 자국민에게 하는 일은 통제받지 않는 AI를 도입하는 어느 국가에서나 일어 날 수 있는 미래의 예고편”이라고 했다.
중국이 이 기술을 완성해서 실제 현장에 배치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 정도 규모로 AI 예측 모델을 돌릴 만큼 고성능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전처럼 인터넷 검열로 금지어를 텍스트에서 걸러내는 작업은 적은 연산력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전 국민을 상대로 통화 감청 음성과 감시 영상, 위치 데이터까지 묶어 미래 행동까지 예측하려면 막대한 연산 능력을 갖춘 GPU 인프라가 필수다. 밴더빌트대는 공개 문서를 기반으로 “지즈네트워크가 GPU 한계 상황에 처해, 더 오래되고 성능 낮은 AI 모델과 칩을 쓰기 시작했다는 기록을 남겼다”고 했다. 이전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가 중국 감시 국가 고도화 속도를 늦췄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중국은 미국 제재 탓에 최고 성능 엔비디아 칩을 여전히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NYT는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지즈네트워크가 현재 제품용 GPU는 확보했지만 가장 야심 찬 예측 시스템을 구현하려면 중국이 구하기 어려운 고성능 칩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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