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 적자’ 삼성화재, 노란봉투법에 교섭 압박 '이중고'
||2026.06.02
||2026.06.02
삼성화재 자회사인 애니카손해사정 노조가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현재 교섭은 자회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노조가 노란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모회사인 삼성화재의 사용자 책임을 거론하면서 갈등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자동차보험 사업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보험업계 전반으로 파장이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2일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이하 애니카손사) 노동조합에 따르면 노사 간 임금단체협상이 교착 상태다. 노조는 ▲임금 평균인상률 7.7% ▲손해사정사 자격수당 월 30만원 ▲대인·대물 직원 간 성과급(OPI) 동일 적용 ▲복지포인트 연 400만원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6차례 교섭이 모두 결렬됐다. 오는 5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강경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애니카손사는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대물보상 업무를 전담하는 자회사다.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 보상을 대인과 대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대인보상은 본사 보상팀이 직접 맡고 대물보상의 대부분은 애니카손사에 위탁 중이다. 지난해 애니카손사 전체 매출 2393억원 가운데 삼성화재가 지급한 수수료가 2201억원이다. 사실상 매출 대부분이 모회사에서 나오고 있어 인력 운용이나 원가 구조가 삼성화재 결정에 좌우되는 구조다.
노조가 문제 삼는 건 대인·대물 간 처우 격차다. 노조는 "1998년 삼성화재에서 분사한 이후 28년간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임금과 성과급 복지 모든 부분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아왔다"는 입장이다. 같은 자동차보험 보상 업무를 하면서도 본사 대인보상 직원과 임금 격차가 크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애니카손사 관계자는 "현재 임금교섭이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다"면서도 "노사 간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성실히 교섭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모회사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사업 실적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1461억원 적자를 냈다. 2024년 1033억원 흑자에서 약 2500억원 손익이 나빠진 수치다. 올 1분기에도 96억원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자회사 인건비가 오르면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적자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그간 삼성화재는 자회사 노사 문제에 대해 독립 법인이라는 이유로 거리를 둬왔다.그러나 올해 3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이 시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개정법은 직접 근로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 사용자로 본다. 자회사 노조가 모회사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노조는 이를 근거로 삼성화재에 직접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동일노동·동일임금 처우와 모회사·자회사 차별 철폐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이냐가 노사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삼성금융 자회사 노조간 연대 움직임도 포착되면서 갈등이 대물보상 쪽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실제 지난 3월에는 애니카손사를 비롯해 삼성화재서비스손해사정 등 삼성금융 자회사 4곳 노조가 '원청교섭 공동행동 선포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개별 자회사 단위가 아니라 금융 계열사 노조가 공동으로 원청 교섭을 요구하면서 노조 쪽 교섭력은 더 커지는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그간 손해보험사들이 운영해 온 자동차보험 대물보상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손보사 대부분이 대물보상 업무를 자회사에 위탁하고 있어서다. 삼성화재에서 교섭 기준이 만들어지면 다른 손보사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란봉투법이 본격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적용 범위는 지켜봐야 하지만 노조의 교섭권을 강화한 것은 명확하다"며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면 사실상 교섭 대상이 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만큼 보험업권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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