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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스테이블코인 확산, 뱅크런·통화정책 훼손 부를 수도…디지털 유로 서둘러야"

디지털투데이|홍진주 기자|2026.06.02

유럽중앙은행(ECB) [사진: 셔터스톡]
유럽중앙은행(ECB)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금융 안정성을 훼손하고 미국 달러 중심의 국제 통화 질서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CB는 민간 스테이블코인보다 중앙은행이 발행하거나 지원하는 디지털 화폐 인프라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1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사벨 슈나벨 ECB 이사는 서울에서 열린 2026 한국은행 국제 콘퍼런스 연설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잠재적 위험성을 지적하며 유럽의 대응 방향을 설명했다.

슈나벨 이사는 스테이블코인을 전통 금융시장의 머니마켓펀드(MMF)와 비교하며 토큰화 금융이 확대될수록 기존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이 디지털 자산 시장으로 이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혁신을 촉진하는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동시에 은행 중개 기능 약화와 대규모 자금 인출(뱅크런), 자산 급매, 통화정책 전달 경로 훼손 등의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통화 주권 문제를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꼽으며, 스테이블코인 사용 증가가 미국 달러의 국제적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사실상 달러 기반 토큰이 주도하고 있다. 테더(USDT)와 USD코인(USDC) 등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유로를 비롯한 다른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비중은 매우 제한적이다.

ECB는 이러한 구조가 확대될 경우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다른 국가 경제에 더욱 강하게 전달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간 발행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제 결제와 자산 거래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경우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자율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따라 ECB는 디지털 금융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두 가지 축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유로'이며, 다른 하나는 금융기관 간 거래에 활용될 도매형 토큰화 중앙은행 화폐다.

ECB는 지난 3월 유럽 토큰화 금융시장 구축을 위한 '아피아'(Appia)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폰테스'(Pontes) 프로젝트는 분산원장기술(DLT) 기반 결제 네트워크와 유로시스템의 기존 결제 인프라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2026년 3분기 가동이 목표다.

슈나벨 이사는 "중앙은행은 이러한 변화를 수동적으로 지켜보는 관찰자로 남아 있을 수 없다"며 공공 화폐의 현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민간 발행 디지털 화폐가 광범위하게 채택될 경우 금융 시스템을 "되돌리기 어려운 방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혁신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금융 안정성과 통화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틀 안에서 혁신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유럽 내 스테이블코인 정책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역시 지난달 유로화의 국제적 영향력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유로 스테이블코인 확대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유럽연합(EU)은 암호화폐 규제 체계인 MiCA(암호자산시장규제) 재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공개 의견수렴은 오는 8월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암호화폐 업계는 보다 유연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코인베이스의 유럽·미주 정책 총괄 케이티 해리스는  MiCA가 준비금 규정과 발행 요건을 조정해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규제를 준수하는 기업이 디파이와 글로벌 유동성에 접근할 수 있는 명확한 제도적 통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ECB는 규제 완화에 선을 긋고 있다. ECB는 지난달 EU 재무장관들에게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느슨하게 하면 은행 대출 기능이 약해지고 통화정책 운용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러 기반 토큰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와 별개로, ECB는 금융안정과 통화 통제 유지를 더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의 스테이블코인 정책은 경쟁력 강화와 금융안정 사이의 균형을 어디에 둘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현재로선 ECB가 디지털 유로와 중앙은행 결제 인프라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은 더 엄격한 규율 아래 두려는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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