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화려한 성장의 이면...국방 반도체 99% 수입 의존
||2026.06.02
||2026.06.02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한국산 무기가 세계 시장에서 잇따라 수출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정작 이 무기들의 '두뇌' 역할을 하는 국방 반도체는 사실상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K방산의 화려한 이면에 구조적 취약점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위사업청 '국방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무기체계에 탑재되는 첨단 반도체의 98.9%가 수입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방용 전원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의 외국산 의존율은 각각 99.5%, 98.8%에 달했다. 또 레이더와 통신체계에서 핵심으로 쓰이는 질화갈륨(GaN) 반도체는 제조 전량을 해외 파운드리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방 반도체 국산화가 더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국방용 반도체는 대부분 소량 주문형(Custom) 생산 방식이어서, 민수용처럼 대량생산을 통한 단가 절감이 어렵다. 미국 상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국방 반도체 시장 규모는 약 20조원 규모에 달하지만, 다품종 소량 생산 특성상 시장이 작고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굳어져 왔다.
한국의 산업 구조도 한몫했다. K9 자주포, K2 전차, KF-21 같은 완성 플랫폼 수출은 활발하지만 부품·소자 산업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완제품 중심 구조가 자리 잡았다. 무기는 잘 팔아도 그 안에 들어가는 칩은 사다 쓰는 셈이다. 기술과 인프라의 제약도 크다. GaN, 탄화규소(SiC) 같은 화합물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공정과 달라 별도의 장비와 보안 체계가 필요하지만, 국내에는 이를 감당할 인프라가 부족하다.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주요 파운드리도 군수 전용 라인을 별도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수입 의존이 단순한 공급망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칩 자체에 숨겨진 통로, 즉 하드웨어 백도어가 안보 위협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해외 생산 칩과 장비에는 설계·제조 단계에서 의도적으로 백도어가 심어져, 제조사가 특정 신호로 데이터를 수집·전송하거나 기능을 원격 제어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된다. 이 같은 기능이 무기체계에 들어갈 경우, 분쟁 시 상대국이 킬 스위치를 작동시켜 무기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게다가 망분리만으로 막을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실제로 미국은 연방조달규정(FAR)을 통해 반도체를 경제·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요소로 규정하고, 생산 과정에서 적대 세력이 하드웨어 백도어와 악성 펌웨어를 침투시킬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며 중국산 하드웨어 탑재 반도체의 연방 조달을 제한하는 규정안을 내놨다.
◆백도어·킬스위치 우려에 中 추격까지…삼중 보안 리스크
업계에서는 장비가 현장에 반입되기 전 단계부터 부품의 출처와 내장 기능, 통신 인터페이스를 사전 검증하지 않으면 사후 대응만으로는 위협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하드웨어 수준의 보안 취약점을 분석하는 기술이 구체화된 사례를 찾기 어렵고, 일부 개념검증 수준의 연구만 진행된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의 추격이 위험을 가중한다. 중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2030년까지 자급률 80% 달성을 목표로, 특히 군사용으로 직결되는 SiC·GaN 전력 반도체의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GaN이 바로 한국 국방 반도체의 가장 약한 고리라는 점이다. 레이더·통신용 GaN 반도체를 전량 해외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그 공급원이 중국 쪽으로 기울수록, 한국 방산은 잠재적 경쟁국에 무기의 두뇌를 맡기는 구조적 위험에 노출된다.
국산화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소형위성용 우주반도체, 무인항공기 SAR용 반도체칩, AESA 레이더용 반도체칩 등 4개 과제를 2029년까지 진행할 예정으로, 모두 화합물 반도체 기반의 국산화 과제다.
다만 아직 양산 성과는 없고, 국방 반도체 수요 증가로 방산 기업의 반도체 확보 기간은 과거 6개월에서 현재 1~2년까지 늘어난 상태다. 반도체는 한국에게 외교·안보적 레버리지로 기능해 왔지만, 국방 분야에서는 오히려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관계자는 "화합물 반도체는 별도 장비·보안 체계가 필요해 진입 장벽이 높다"며 "경제적인 논리도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의 투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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