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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갈등이 신뢰·조직 문제로...카카오 첫 파업 현실화

디지털투데이|이호정 기자|2026.06.02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카카오 노사 갈등이 창사 이래 첫 본사 파업 국면으로 들어갔다. 카카오지회는 오는 10일 4시간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교섭 상황에 따라 수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성과급 협상 결렬에서 출발한 갈등은 고용안정·보상체계·조직 재편 문제로 확장되며 정신아 대표의 리더십 시험대로 번지고 있다. 

카카오지회는 오는 10일 성남 판교역 일대에서 4시간 부분파업과 판교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집회는 조합원 1200여명 규모로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판교역 일대와 유스페이스를 행진하는 방식으로 신고됐다. 카카오지회는 즉각적인 전면파업이 아닌 부분파업을 먼저 진행한 뒤 추후 교섭 상황에 따라 파업 수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본사를 포함한 5개 법인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이번 부분파업은 창사 이래 첫 사례가 된다.

카카오 본사 노사는 지난달 2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임금·성과급 체계를 두고 2차 조정을 진행했지만 8시간가량 이어진 협상 끝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본사 노조는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계열사 4곳도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로, 이번 파업은 본사와 계열사 4곳을 합친 5개 법인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파업 시작은 오전 10시부터 4시간이다.

◆보상 : 성과급·RSU에서 경영진 보상체계 문제로

갈등의 직접적 쟁점은 성과급 규모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산입 여부다. 노조는 보상 체계 개선과 함께 매각·분사·구조조정 중단과 고용안정 확보도 핵심 요구로 내세우고 있다. 노조 측은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고용불안을 야기하면서도 압도적인 보상을 독점하는 경영진 중심의 보상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노사는 성과급 보상 구조와 500만원 규모의 RSU를 성과급에 포함할지를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노조 요구안이 지난해 영업이익의 13~15% 수준에 달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내고 노조 요구안이 영업이익 기준으로 경영에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며 미래 투자 여력과 주주가치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입장에서 감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갈등은 단순한 금액 차이를 넘어 보상 기준의 예측 가능성 문제로 번지고 있다. 노조는 성과급 지급 기준 자체의 명확화와 보상 체계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복수의 보상안을 제시했음에도 입장 차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고 전해진다. 양측이 '얼마를 줄 것인가'보다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를 두고 충돌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교섭은 단순 임금 협상이 아닌 보상 체계 설계의 주도권 다툼 성격을 띠고 있다.

같은 시기 네이버가 성과급 논의를 임금 협상에서 제외하고 기본급 5.3% 인상으로 합의한 점과도 대비된다. 네이버는 스톡그랜트 제도를 종료하는 대신 연봉 보수액을 800만원씩 올려 고정급 기반을 높이는 방식으로 협상 변수를 줄인 반면 카카오는 성과급 구조와 RSU 산입 기준 충돌이 교섭 내내 핵심 쟁점으로 남았다.

◆신뢰 : 보상 갈등 이전부터 쌓인 불신

보상 문제가 이토록 첨예하게 번진 데는 그 이전부터 누적된 불신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조는 지난달 28일 입장문에서 회사가 교섭 기간 내내 수동적 대응으로 일관했다며 "교섭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해 협상 신뢰를 훼손했고, 수차례 교섭대표 교체와 불충분한 수정안 제시로 대화의 연속성이 흔들렸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이번 조정 중지 결정 자체가 "회사와 구성원 간 신뢰가 무너져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규정했다.

경영진 보상 문제도 직접 거론됐다. 노조는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백상엽 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 등 논란이 있었던 경영진이 수령한 보상 합계가 수백억원을 넘는다고 주장했다. 일반 직원의 성과급 기준은 불투명하게 운영된 반면 경영진에게는 수억원대 성과급이 지급됐다는 것이다.

신뢰 훼손의 배경에는 더 긴 맥락이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카카오톡 대규모 개편 당시 법정 근로시간 한도 초과 근무가 고용노동부에 적발됐고, 외부 출신 인사를 타 직군으로 채용한 뒤 개발 직군으로 전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과거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이른바 '먹튀' 논란과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혐의까지 더해지면서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 누적됐다는 평가다. 카카오 안팎에서 이번 노사 갈등이 그동안 축적된 내부 리스크가 한꺼번에 터진 결과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 금액보다 그 기준을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며 "기준이 불투명하면 결과가 좋아도 불만이 생기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사진: 카카오]
정신아 카카오 대표 [사진: 카카오]

◆조직 : CPO 퇴사로 드러난 조직 운영 논란

보상·신뢰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카카오의 조직 구조도 흔들렸다. 지난해 2월 외부에서 영입돼 프로덕트 조직을 총괄해온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지난달 31일 퇴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외부 영입 리더십을 둘러싼 내부 불만도 재점화됐다. 홍 CPO는 지난해 9월 격자형 피드 도입 등 대대적인 카카오톡 개편을 주도했으나 이용자 반발과 근로감독 촉발 논란을 남긴 채 퇴사했다.

노조는 홍 CPO에 대해 "카카오톡 업데이트 부정적 논란과 노사 관계에서도 근로감독을 촉발했지만 아무런 해명도 없이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업계에서는 외부 인사 영입을 둘러싼 내부 반발이 이번 CPO 체제 종료에도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거론된다.

카카오는 홍 CPO 퇴사 이후 후임 CPO를 새로 선임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신 기존 프로덕트 조직을 서비스와 비즈니스 영역으로 이원화하고 분산돼 있던 디자인 조직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 중이다. 각 조직의 담당 임원과 세부 발령 등 구체적인 개편안은 순차적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카카오톡 조직 내에는 이용자 소통 강화를 위한 '유저 퍼스트 태스크포스(TF)'도 신설된다.

카카오가 서비스와 비즈니스 기능을 분리하려는 것은 이용자 경험과 수익화 조직의 역할을 각각 명확히 해 균형을 다시 잡으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다만 보상 기준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직 개편이 진행되면 개편 취지와 별개로 구성원의 수용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장기화 변수 : 서비스 안정성보다 개발 동력 부담

단기적으로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 등 주요 서비스가 곧바로 중단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주요 서비스가 자동화된 시스템과 필수 인력 체계를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다만 파업이 장기화되거나 돌발 장애, 보안 이슈, 대규모 업데이트 상황이 겹칠 경우 숙련 인력의 대응력과 신규 기능 개발 일정에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카카오 노사 갈등의 본질은 성과급 규모에만 있지 않다. 보상 기준의 불투명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경영진 보상 논란과 맞물렸고, 이 불신이 외부 영입 인사 중심의 조직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확산됐다. 보상은 갈등의 출발점이지만 신뢰는 갈등을 키운 구조적 요인이고 조직 개편은 그 결과로 나타난 경영 과제다.

오는 10일은 카카오 노사 갈등의 첫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노조는 4시간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교섭 상황에 따라 파업 수위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즉각적인 전면파업은 아니지만 본사 차원의 파업이 예고됐다는 점에서 카카오는 카카오톡 조직 재편·AI 전환·서비스 안정성 확보라는 과제를 노사 갈등 속에서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다른 관계자는 "카카오가 이번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느냐는 노사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며 "보상 체계와 조직 운영 방식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를 되찾지 못하면 조직 개편이나 AI 전략도 내부에서부터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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