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지방선거보다 중요한 것들이 훨씬 많다
||2026.06.01
||2026.06.01
최근 저녁을 먹으러 간 식당은 뜻밖에 소란스러웠다. 단체 손님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오랜만이었다. 식당 주인은 “시끄럽더라도 그냥 나가지 마시고 꼭 식사를 해주시면 좋겠다”며 연신 허리를 굽혔다.
음식을 가져온 여주인에게 “요즘 경기가 어떤가요”라고 물었다. 그는 “말도 마세요”라고 하더니 갑자기 눈물을 주룩 흘렸다.
“단체 손님을 받아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예약을 받아놓고 혹시라도 안 오실까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몰라요. 단체 손님이 있으면 다른 손님들이 시끄럽다며 나가버릴까 걱정이 돼 양해를 구하고 있어요. 장사가 잘돼야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줄 텐데…"
요즘 현장에서 체감하는 경기는 “방 전체에서 손바닥만 한 아랫목만 뜨겁고 나머지는 얼음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주가 지수가 8000을 넘어서고 반도체 회사 직원들이 성과급만 6억~7억원을 받는다는 건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불붙은 증시’라고 하지만 상장사 84%는 주가가 떨어지거나 제자리걸음을 한다는 통계가 있다. 역대 최고 호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 안팎이 되면서 착시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가 아닌 종목을 샀다가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최대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증시 호황이 ‘K 양극화’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빚투’ 문제도 심각하다. 개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빌린 돈이 36조원을 넘어섰다. 역대 최대 규모다. 투자한 종목의 주가가 떨어져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손해를 본 상태에서 강제 청산을 당하게 된다. 이 규모도 하루 평균 476억원으로 역대 최대라고 한다. 또 ‘마이너스 통장’ 잔액도 40조원을 넘겼다. 이렇게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주식 투자에 나섰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만약 증시가 흔들린다면 ‘K 양극화’가 악화할 것이다.
‘삼성전자식(式) 성과급’에 의한 ‘K 양극화’도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반도체 부문 근로자 1인당 연간 6억원의 성과급을 약속받고 파업 직전에 멈췄다. 올해만 이러는 게 아니다. 앞으로 10년간 해마다 영업 이익의 10.5%를 성과급으로 받기로 했다.
당장 삼성전자 비(非)반도체 부문 근로자들이 반발했다. “반도체 사업이 어려울 때 휴대폰 팔아서 공장 지어줬는데 왜 우리는 성과급 600만원만 주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다른 대기업 노조들도 잇따라 ‘삼성전자식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 수준의 임금을 꿈꾸기도 힘든 중소기업 근로자들 심정은 어떻겠나.
‘삼성전자식 성과급’은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게 글로벌 우위를 가지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도 될 수 있다. 게다가 “초과 세수를 국민 배당금으로” “대기업 초과 이익의 사회적 배분 방안을 논의해야”라는 말이 청와대와 정부에서 잇따라 나왔다. 이런 일까지 현실화한다면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대규모 설비를 투입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되겠나.
중동 전쟁은 이미 우리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지난달 국내 생산·소비·설비투자가 동반 감소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생산자 물가도 치솟았다. 외환 위기가 있었던 1998년 이후 가장 큰 폭이라고 한다. 원·달러 환율도 1500원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집값과 전셋 가격도 불안한 상황이다.
6·3 지방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 우리에게는 지방선거보다 중요한 것들이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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