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하반기 유가 하락에 따른 '역래깅(원재료 투입 시차에 따른 마진 축소)' 공포에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이 1분기 일시적 부진을 딛고 2분기부터 독보적인 실적 턴어라운드를 연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범용 화학 제품의 침체 속에서도 신규 증설이 전무한 NB라텍스 등 특수고무와 고부가 폴리우레탄 원료(MDI) 시장이 동시에 돌아섰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7% 줄어들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2월 말 불거진 미국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 여파로 주원료인 부타디엔(BD)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는 고스란히 합성고무 부문의 마진 축소로 이어졌다. 기초유분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전량 외부에서 조달하는 사업 구조상 원가 부담을 피해 가기 어려웠던 탓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1분기 부진이 '단기 숨고르기'에 불과하다고 예상했다. 2분기부터 원가 상승분을 반영한 제품 가격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영업이익이 1500억원대 안팎으로 대폭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BNK투자증권은 금호석화의 2분기 영업이익을 1587억원으로, 하나증권은 1654억원으로 추정하며 가파른 반등을 예견했다.
실적 반등의 1등 공신은 단연 회사의 주력 제품인 NB라텍스다. 금호석화의 전체 합성고무 생산능력 연 197만톤 가운데 NB라텍스 비중은 95만톤으로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코로나19 기간 쌓였던 글로벌 라텍스 장갑 재고가 유통기한 경과로 대거 폐기되면서 역대급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전 세계 NB라텍스 신규 증설은 작년 5만톤 이후 전무해 철저한 '공급자 우위 시장'이 굳어진 상황이다. 실제 세계 1위 장갑업체인 말레이시아 톱글러브(Top Glove)의 가동률은 1년 전 60% 수준에서 최근 89%까지 치솟았다. 이로 인해 NB라텍스 톤당 수출가는 작년 말 618달러에서 이달 1656달러로 170% 가까이 폭등했다.
여기에 고기능성 자동차용 특수고무(EPDM/TPV)를 담당하는 자회사 금호폴리켐이 견조한 전방 수요를 바탕으로 탄탄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1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합성수지 및 페놀유도체 부문도 2분기 가격 인상 효과로 흑자 전환하거나 적자 폭을 크게 줄일 것으로 관측된다.
영업외 실적을 좌우하는 지분법 이익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금호미쓰이화학이 생산하는 폴리우레탄 핵심 원료(MDI) 가격은 연초 대비 약 36% 급등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사다라 케미칼(전체 공급량 4% 비중)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글로벌 물량 부족 사태가 빚어진 데다, 국내 조선업계의 잇따른 LNG 운반선 수주로 보냉재 수요까지 맞물리며 가격이 널뛰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분기 368억원이었던 금호석화의 지분법 이익은 2분기 5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유가 하락 국면 진입 시 범용 NCC 화학사들이 역래깅 충격으로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것과 달리, 금호석화는 수년간 이어진 다운사이클을 끝내고 향후 수년간 구조적 업사이클(장기 호황)을 누릴 것이란 진단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호석화는 부진했던 범용 제품 사이클에서 완전히 벗어나, 주력인 특수고무와 MDI 시황의 동반 호조를 바탕으로 뚜렷한 실적 개선과 강력한 이익 턴어라운드를 시현하고 있다"며 "2분기를 기점으로 일시적 반등을 넘어 향후 수년간 구조적이고 폭발적인 이익 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