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도 억대 성과급?” 삼성 계열사 내부 흔들
||2026.05.28
||2026.05.28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파격 성과급이 삼성 계열사 전반으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적자를 낸 사업부까지 거액 성과급 지급 대상에 포함되자 삼성SDI·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 내부에서는 “흑자를 내도 보상이 적다”는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성과급 갈등을 넘어 삼성 특유의 반도체 중심 보상 체계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 내부 직장인 커뮤니티와 블라인드 등에서는 계열사 간 보상 격차를 둘러싼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대비 상대적으로 처우가 낮다고 느껴온 계열사 일부 직원들 스스로를 ‘삼성후자(後者)’라고 부르는 표현까지 등장하며 박탈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임금 인상률만 봐도 계열사 간 격차가 드러난다. 삼성전자의 올해 임금 인상률은 6.2%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삼성SDI는 4.0%, 삼성전기는 5.9%에 그쳤다.
논란의 핵심은 삼성전자 DS부문이 OPI(초과이익성과급) 산정 방식을 기존 EVA(경제적 부가가치) 중심에서 ‘영업이익의 10%’ 기반 구조로 바꾸기로 노사 간 합의했다는 점이다.
반면 상당수 계열사는 여전히 EVA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EVA는 투자비용과 자본비용까지 반영하는 구조여서 대규모 설비투자가 많은 제조업 특성상 실제 영업이익 대비 성과급 규모가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과거 흑자를 내고도 낮은 성과급을 받았던 계열사일수록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2023년 6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OPI 지급률은 연봉의 1% 수준에 그쳤다. 이후 2024~2025년에도 지급률은 5~6%대로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전기차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 여파를 겪고 있는 삼성SDI 역시 지난해 일부 사업부의 OPI가 사실상 ‘제로(0)’ 수준에 그쳤다.
반면 삼성전자 DS부문은 업황 부진과 적자 국면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급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내부 반발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특히 “흑자를 내도 성과급은 적고, 적자를 내도 전략사업이면 보상이 커진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계열사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다.
계열사들 실적 상황도 달라졌다. 삼성전기는 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반도체 슈퍼사이클 수혜로 올해 영업이익이 1조5000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계열사 노조들은 제도 개편 요구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올 하반기 성과급 대체 보상제 도입을 사측과 공식 협의할 계획이다. 삼성전기 노조 역시 OPI 산정 방식 변경을 위한 임직원 의견 수렴에 착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발(發) 성과급 논란이 그룹 전체 보상체계 재편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논란의 직접적 배경이 된 삼성전자 임단협 잠정 합의안은 가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5시 기준 찬반 투표율은 87.93%를 기록했다. 마감일에는 90% 안팎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투표율 상승의 배경에는 DS부문 중심의 특별경영성과급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자사주 형태의 특별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수혜 대상인 DS부문 조합원이 전체 조합원의 약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사업부 직원 약 2만4000명의 경우 연봉 1억원 기준 총보상이 최대 6억원 수준에 달할 수 있다는 추산까지 나오면서 파장이 커졌다.
가전·모바일(DX) 부문의 예상 특별경영성과급은 약 600만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DS 내부에서도 격차는 존재한다. 적자가 지속 중인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의 성과급은 1억6000만원 수준으로 메모리 사업부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간 갈등도 격화되는 분위기다. DX부문 중심의 삼성전자 3대 노조인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가 교섭 과정에서 자신들을 배제했다며 법원에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중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한 상태다. 성과급 문제가 단순 보상 이슈를 넘어 노사 갈등과 조직 내부 균열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의 성과급 체계가 결국 반도체 중심으로 설계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글로벌 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핵심 인재 확보와 유출 방지를 위해서는 DS부문에 대한 파격 보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들은 스톡옵션과 장기 인센티브를 앞세워 핵심 인력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전례 없는 수준의 성과급 방안을 내놓으면서 계열사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극대화된 상황”이라며 “핵심 인재 이탈을 막고 조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계열사별 보상체계 개편 요구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변상이 기자
differ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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