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英 휴머노이드 연합 출범···현대차·로보티즈와 ‘주도권 레이스’
||2026.05.27
||2026.05.27
독일 제조 대기업들이 영국의 로봇 스타트업과 손잡고 양산 체제 구축에 나서면서 글로벌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시장의 지형도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 휴머노이드 제조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를 앞세운 현대자동차그룹과 국내 로봇 부품 강자 로보티즈 등 ‘K-로봇’ 진영과의 글로벌 주도권 레이스가 본격적인 막을 올린 형국이다.
미래 스마트 팩토리의 표준을 쥐기 위한 물밑 기싸움이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산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영국 로봇 스타트업 휴머노이드(Humanoid)는 지난 21일(현지시각) 글로벌 최대 자동차 부품 및 제조 엔지니어링 업체 독일 보쉬(Bosch)와 양산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후 하드웨어 설계 최적화와 글로벌 공급망 관리 등 기술 고도화 단계에 착수했다.
앞서 지난 13일(현지시각)에는 정밀 베어링과 모션 제어 시스템 부문 글로벌 업체 독일 셰플러(Schaeffler)와 수천 대 규모의 도입 계약도 맺은 바 있다.
휴머노이드사는 셰플러의 글로벌 공장에 산업용 로봇을 도입하는 한편,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핵심 구동 장치인 액추에이터(Actuator)는 셰플러로부터 역공급받기로 했다.
이번 협력은 보쉬의 고도화된 대량 생산 인프라와 셰플러의 핵심 관절 부품 공급망이 휴머노이드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와 결합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유럽 진영의 이번 연대가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휴머노이드사가 올해 초부터 독일 셰플러 공장에 로봇을 투입해 부품 상자를 집어 옮기는 시험을 진행했고, 지난 3월에는 보쉬의 물류창고에서도 상자들을 스스로 분류해 카트에 담는 현장 실습을 마쳤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현대차그룹은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설계·개발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계열사 완성차 공장에 선제 배치해 대규모 실전 데이터를 확보하고 대량 양산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오는 2028년까지 연간 3만 대 규모의 로봇 생산 체계를 구축한 후, 이를 기점으로 자사 생산 현장에 아틀라스 2만5000대 이상을 순차적으로 투입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자사 공장을 테스트베드 삼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는 보쉬·셰플러 진영의 상용화 공식과 유사하다.
보쉬와 셰플러 같은 글로벌 제조 대기업들이 영국의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결합해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서면서, 휴머노이드 시장의 글로벌 경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자사 완성차 공장 네트워크라는 확실한 초기 수요를 바탕으로 산업용 휴머노이드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던 현대차그룹 역시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동차 생산 공장이 밀집한 유럽 무대에서 보쉬나 셰플러 측이 먼저 현장 데이터를 축적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아틀라스의 글로벌 영토 확장에 직접적인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보쉬·셰플러와 영국 휴머노이드의 이번 공급망 구축은 글로벌 구동 부품 시장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로보티즈는 지난달 신규 액추에이터 ‘다이나믹셀-Q’와 범용 휴머노이드 ‘AI 사피엔스’를 전격 공개한 데 이어, 지난 1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연간 300만 개 규모의 대형 액추에이터 공장 구축 계획을 발표하며 전방위적인 공급망 확대를 추진 중이다.
다만 정밀 부품계 공룡인 셰플러도 지난 1월 미국 CES 2026에서 독자 개발한 액추에이터를 선보인 후 이번에 영국 휴머노이드사와 수백만 개 규모의 부품 우선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실전 배치를 확정 지은 상태다.
보쉬 또한 자체 개발한 액추에이터와 센서 기술을 향후 차세대 로봇 모델에 직접 탑재하는 방안을 휴머노이드 측과 공동 연구하기로 하면서, 유럽 대기업들의 부품 표준화 공세가 거세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일각에선 유럽 기업 간 이번 협업이 로보티즈를 비롯한 국내 부품사들에게 위기인 동시에 글로벌 틈새시장을 다각도로 공략할 기회라는 반응도 있다.
보쉬와 셰플러가 휴머노이드 완제품 양산에 참여하면서 관련 시장의 파이 자체가 확대되면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로보티즈의 경우 특정 완제품 기업에 종속되지 않은 범용성과 호환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를 자체 개발해 내재화함으로써 글로벌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
자체 액추에이터 기술로 제작한 로봇 손의 경우 미국, 독일, 캐나다 등 경쟁사 대비 최대 4분의 1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유럽 진영 등의 가세로 휴머노이드 대량 양산 시점이 앞당겨질수록, 이같은 가격 우위를 확보한 구동 부품 라인업을 앞세워 고객 다변화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로봇업계 한 관계자는 “보쉬와 셰플러는 유럽이 가진 압도적인 공장 인프라와 부품 표준화 능력을 무기로 휴머노이드 판을 리드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들의 참전을 휴머노이드의 판 자체를 키우는 촉매제의 관점에서 볼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휴머노이드가 거대 제조 생태계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면서 “양산 경쟁 속에서 확보한 기술 범용성과 원가 경쟁력을 어떻게 글로벌 표준에 결합할지 전략적 타이밍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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