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돌려막기?’… 반복되는 농협式 자본 순환
||2026.05.27
||2026.05.27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에 1조원대 자본 수혈에 나선다. 표면적으로는 자본건전성 강화 목적이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농협 특유의 ‘자본 순환 구조’가 다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협금융 산하 금융사가 벌어들인 이익은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라는 이름으로 중앙회에 상납된다. 그러다 금융사 자본이 부족해지면 다시 증자 형태로 내려온다. 사실상 농협금융이 중앙회의 영향 아래 있기에 가능한 구조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NH농협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약 1조17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안건을 논의한다. 증자가 확정되면 농협금융도 오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계열사별 자본 확충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NH농협은행에 약 5000억원 수준 자금이 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금융이 자본 확충에 나선 배경에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 이행을 위한 기업금융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과 첨단산업 지원 확대를 강조하면서 금융지주들도 단순 가계대출 중심 성장에서 벗어나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농협금융 역시 생산적 금융 확대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말 ‘NH 상생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생산적·포용 금융 분야에 총 108조원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에는 생산적금융 특별위원회도 출범시켰다. 농협은행 역시 애그테크·K푸드·첨단산업 중심 기업금융 확대와 지역 기반 기술금융 강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생산적 금융 확대가 곧 자본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기업대출과 모험자본 투자가 늘어나면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하고, 이는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 압력으로 연결된다. NH농협금융지주의 1분기 말 CET1 비율은 12.03%로 지난해 말 12.25%보다 떨어졌다. 1분기 기준 KB금융(13.63%), 우리금융(13.60%). 신한금융(13.19%), 하나금융(13.09%)과 비교해 최대 1%포인트 이상 낮다.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이 농지비 부담까지 안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 축적 속도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NH투자증권 경쟁력 강화 역시 이번 증자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증권업계는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기업금융(IB), 대체투자 등을 중심으로 초대형 투자은행 경쟁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 등이 자본력을 앞세워 외형 확대에 나서면서 NH투자증권 역시 추가 자본 확충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에도 농협금융으로부터 6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확충을 단행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발행어음과 IMA 사업 진출, 기업금융 확대를 위한 자기자본 확충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역시 초대형 IB 경쟁 대응과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가 자본 투입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증자를 계기로 농협 특유의 구조적 한계도 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금융지주들이 내부 이익 축적이나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 등 시장 조달을 통해 자본을 관리하는 것과 달리, 농협금융은 중앙회가 농지비를 통해 이익을 가져간 뒤 다시 증자 형태로 자본을 보강하는 구조를 반복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중앙회와 금융지주 간 연결 구조 역시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농협금융이 농지비를 통해 중앙회 수익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자본 확충이 필요할 때마다 다시 중앙회 지원을 받는 구조가 되면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이 완전히 분리되기 어려워서다. 지난 2012년 신경분리를 단행했지만 실제로는 중앙회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특히 중앙회가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한 구조인 만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와 주요 경영 판단 과정에서 중앙회 입김이 작용한다는 논란이 반복돼왔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취임 이후에도 금융 계열사 인사를 둘러싼 ‘코드 인사’ 논란이 이어진 것도 이때문이다.
지난 2024년 말 NH투자증권 사장 선임 과정에서는 강 회장이 추천한 중앙회 측 인사를 당시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농협 상무급 인사 상당수가 강 회장 선거 캠프 출신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지배구조의 특수성이 있고, 공공성과 수익성을 모두 가져가야 하는 만큼 중앙회 자금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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