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1050마력 첫 전기차 ‘루체’ 공개
||2026.05.27
||2026.05.27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가 브랜드 첫 순수전기차 ‘루체’를 공개했다. 내연기관 고성능차로 상징돼 온 페라리가 전기 스포츠카 시장에 본격 진입한 것이다.
페라리는 25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루체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루체는 페라리가 지난해 공개한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 ‘페라리 일레트리카’를 기반으로 개발된 첫 양산형 전기차다. 차명 루체는 이탈리아어로 ‘빛’을 뜻한다.
루체는 페라리 첫 4도어 5인승 전기차다. 기존 2도어 스포츠카 중심의 제품군과 달리 실내 공간과 실용성을 키운 그랜드투어러 성격을 갖췄다. 외관과 실내 디자인에는 애플 출신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와 마크 뉴슨이 이끄는 디자인 회사 러브프롬이 참여했다.
페라리는 루체의 전기모터와 배터리 팩 등 핵심 부품을 이탈리아 마라넬로에서 자체 설계·개발했다. 차체는 전기차 전용 구조를 바탕으로 설계됐고, 4개의 전기모터가 각 바퀴를 구동한다. 배터리 용량은 122킬로와트시(㎾h)이며 800볼트(V) 전기 아키텍처를 적용했다. 최대 350킬로와트(㎾) 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성능은 기존 페라리 고성능차와 직접 경쟁할 수준이다. 루체는 합산 최고출력 1050마력을 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2.5초 만에 가속한다. 시속 200㎞까지는 6.8초가 걸린다. 최고 속도는 시속 310㎞,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유럽 WLTP 기준 530㎞ 이상이다.
주행 성능을 높이기 위한 전자제어 기술도 대거 적용됐다. 루체는 네 바퀴의 구동력과 회생제동을 독립적으로 제어하고 리어 액슬 조향 시스템과 액티브 서스펜션을 탑재했다. 페라리는 F80에서 계승한 능동형 서스펜션 기술을 활용해 고성능 전기차 특유의 무게와 주행 안정성을 동시에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실내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4종이 단독 적용됐다. 운전석 앞 비너클, 중앙 제어 패널, 뒷좌석 제어 패널 등 3개 영역에 12.9인치, 12인치, 10.1인치, 6.3인치 OLED 패널이 들어간다. 특히 운전석 비너클에는 두 장의 OLED를 겹친 다층 구조가 적용돼 아날로그 계기판과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결합한 형태를 구현했다.
공력 성능도 강조됐다. 루체는 전면과 후면을 연결하는 유리 중심의 ‘글라스 하우스’ 디자인을 적용했고 페라리 양산차 가운데 가장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구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속 주행 때 차체 전면을 10밀리미터(㎜) 낮추는 능동형 차고 조절 기능과 공기역학 성능을 조절하는 능동형 공기역학 그릴(active aerodynamic grilles)도 적용됐다.
페라리는 루체를 통해 전동화 시대에도 브랜드 특유의 주행 감각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단순히 내연기관을 전기모터로 바꾼 모델이 아니라 전기차 구조에 맞춰 성능과 디자인, 실내 경험을 새롭게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시장 반응은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 외신들은 루체가 기존 페라리 디자인과 크게 다른 형태를 갖췄고 가격도 이탈리아 기준 55만유로 수준으로 책정됐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루체 공개 이후 페라리 주가가 장 초반 6%가량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페라리의 첫 전기차는 고성능차 시장의 전동화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 모델이다. 다만 슈퍼카 고객층이 전기차를 얼마나 받아들일지, 페라리가 전기차에서도 기존 내연기관 모델의 감성과 희소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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