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격차에 찢긴 삼성전자…‘올챙이적’ 잊은 반도체에 DX 분노
||2026.05.27
||2026.05.27
삼성전자 노사의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가 27일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사업부문 간 보상 격차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 임직원들은 반도체(DS) 부문이 과거 전사적 지원으로 적자를 메운 기억을 잊은 채 호황의 과실을 독점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노사의 잠정합의안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DS부문에 사업성과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메모리사업부는 최대 6억원대의 성과급이 예상되는 반면, DX부문은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 보상에 그쳐 부문 간 형평성 논란이 극에 달했다.
DX부문 직원들은 불과 몇 년 전 반도체 불황 시기에 회사의 버팀목 역할을 한 것은 스마트폰과 가전 등 완제품 라인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하던 시기마다 다른 사업부가 실적을 메워주었음에도, 전체 사업부를 대표하는 노조가 자신들을 철저히 배제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3년 DS부문이 15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을 때, DX부문은 1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도체의 적자를 메웠다. 모바일과 가전에서 거둔 호실적과 수익은 고스란히 반도체 연구개발(R&D)과 생산라인 투자 재원으로 재투자됐다.
회사 내부에서는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독점하려는 DS 부문을 향한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익명 커뮤니티의 한 직원은 “휴대폰을 팔아 10년 넘게 번 돈이 특별보너스 몇 차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메모리 사업부의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투자에 쓰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구조적인 이익 상충 문제도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 DS부문의 수익성은 개선되지만, 완제품을 만드는 DX부문에는 부품 원가 상승 원인으로 작용해 실적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성과급 양극화와 형평성 논란은 노조 내부의 극단적인 ‘노노갈등’으로 비화했다. 조합원의 80%가 반도체 소속인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18일 사측과 사후조정 절차 당시 소통방에 “마무리되면 노조 분리고민을 해봅시다. 전삼노 동행 좀 너무하네요. DX 솔직히 못해먹겠네요”라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하면서 DX부문 조합원의 분노를 자극했다.
20일 노사 합의 반발한 DX부문 중심의 동행노조는 26일 오전 수원지법에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박재용 동행노조 위원장은 “조합의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대표노조는 소수노조의 평등권과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성과에 따른 보상을 탐내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같은 울타리에서는 불합리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집행부의 기만행위를 비판했다. 동행노조 측은 가처분 신청과 별개로 투표 무효 확인 소송과 공정대표 의무위반 제기 등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전삼노와 함께 공동교섭단을 꾸리고 사측과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DX부문 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탈퇴했다.
편향된 운영에 실망한 DX부문 조합원이 무더기로 탈퇴하면서 초기업노조의 ‘과반 노조’ 지위 역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현재 조합원 수는 7만명 수준으로 급감했고 가결 여부와 별개로 합의안에 실망한 비메모리 사업부 조합원의 탈퇴 러시가 이어질 경우 과반 기준인 6만4000명 규모가 위협받을 전망이다.
내부 갈등의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자 최승호 위원장은 최근 잠정합의안 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재신임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초기업노조가 DX부문을 품지 못한 결과로 과반 노조 지위가 흔들릴 경우 사측과의 향후 교섭 주도권이나 법적 정당성은 크게 약화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고용노동부로부터 획득한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를 상실할 수 있고, 내년도 삼성전자 내 복수 노조들과의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주도권이 약화될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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