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더 나은 ‘스타벅스 논쟁’을 할 권리
||2026.05.26
||2026.05.26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다. 동시에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에서 정치는 후자에 가깝다.
스타벅스코리아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 텀블러' 프로모션을 실시하며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국가 폭력 흔적이 명백히 남은 단어를 마케팅에 쓴 결과 대표는 해임됐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고개를 숙였다.
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공방의 온도는 한층 끓어올랐다. 스타벅스를 '보수 아지트'로 호명하며 결집의 깃발로 삼거나, 유언비어까지 나르며 응징 대상으로 삼아 편을 갈랐다. 역사적 아픔을 건드린 사태가 프레임 싸움으로 흐르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다만 편 가르기 수단으로만 논의가 진전되며, 국민 간 불화와 진영논리만이 남게 됐다는 점은 통탄스럽기만 하다. 그 사이 청구서는 가장 약한 자리에 떨어졌다. 본사가 만든 문구의 책임과 정치권이 키운 공방의 무게를 매장 노동자가 떠안고 있다.
기업이 할 일은 분명하다. 사과하고, 과정을 점검하고, 책임을 지고, 시스템을 다시 짜야 한다. 개인은 역사를 아는 시민으로서, 기업의 행태를 가늠하는 소비자로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면 된다. 아파하는 이들을 위로하고, 공감하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힘이 되어줘야 한다.
정치의 역할도 분명하다. 기업과 시장은 역사와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안일해진 역사 감수성을 제도와 교육안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 다음 사고를 막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짚는 것이 정치의 일이다.
지금 정치권에는 그 질문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며 정치 공방에 모든 것이 잠식되고, 사유와 성찰의 언어는 진영 구호로 대체됐다. 분명 우리에게는 더 나은 논의를 할 권리가 있다.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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