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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감세 효과 끝물?… 유가 50% 폭등에 美 소비 ‘휘청’

조선비즈|김효선 기자|2026.05.26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로 집행한 감세·세금 환급 정책의 효과가 약해지는 가운데, 중동발(發) 고유가 충격이 미국 경기를 흔들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를 떠받쳐온 소비 지출이 이르면 올여름부터 급격히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주유소에서 한 남성이 연료를 채우고 있다. /AP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주유소에서 한 남성이 연료를 채우고 있다. /AP

그동안 미국 소비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경제 정책인 ‘원 빅 뷰티풀 빌(One Big Beautiful Bill)’ 법안에 따른 세금 환급 효과에 힘입어 버텨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가구당 평균 3500달러의 환급금을 받았고,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타깃 등은 환급금 유입이 매출 방어에 도움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말 이란과 미국 간 군사 충돌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미국 내 휘발유와 디젤 가격이 단기간에 50% 폭등한 것이다.

미국 PNC 은행에 따르면 최근 미국 소비자들의 주유소 카드 결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0% 증가했다. 필수 지출인 연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다른 소비 항목에 쓸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고유가는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지며 전방위 물가 압박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지난 4월 식료품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 2.9% 올랐고, 과일과 채소류는 6.1% 뛰었다. FT는 “인플레이션이 임금 상승률을 웃돌면서 미국 근로자들의 실질 소득이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네이션 시츠 시티그룹 글로벌 수속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중반 이후 임금 상승세가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더해 중동발 원자재 가격 급등이 겹친 결과”라고 했다.

특히 감세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되면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소득 상위 3분의 1 계층의 세금 환급액은 전년 대비 13% 증가했지만, 하위 3분의 1 계층은 증가율이 6%에 그쳤다. 마이크 리드 RB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대적으로 물가 충격을 덜 받는 부유층에 환급 혜택이 집중됐다”면서 “현재 가장 큰 재정 압박을 받는 계층은 중산층”이라고 말했다.

시장 분위기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경기 선행 지표인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최근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응답자의 57%는 “고물가로 인해 개인 재정 상태가 악화됐다”고 답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자료에서도 신용카드와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동반 상승하는 등 소비 둔화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미국 유통업계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소비 위축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재고 축소와 비용 절감 등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피어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전쟁 이후 나타난 소비 둔화는 그동안 견고했던 미국 경제 성장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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