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LA 비상사태’ 선포 요청… ‘정치 앙숙’ 트럼프에 고개 숙인 뉴섬
||2026.05.25
||2026.05.25
미국 민주당 차기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연방 비상사태를 선포해달라고 긴급 요청했다. 지난 21일 캘리포니아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 인근 화학공장에서 독성물질 약 2만 7000리터(7000갤런)이 든 저장 탱크가 과열돼 폭발 직전 상태로 치달으면서, 인근 주민 5만명은 거주지를 떠나 대피했다.
24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따르면 뉴섬 주지사는 전날 오렌지카운티에 주(州) 차원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방 비상사태 선포를 공식 요청했다. 연방 비상사태가 승인되면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현장을 지휘한다. 대피·피난처 운영, 구호 인력 투입에 연방 자금을 사용할 수도 있다.
뉴섬 주지사는 성명에서 “캘리포니아는 재난이 발생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인명과 지역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조기에 행동한다”며 신속한 결단을 촉구했다. 캘리포니아주 비상계획국도 주 정부 기관과 협력해 대응 체제를 최대한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 21일 오후 3시 40분 무렵 LA에서 남쪽으로 약 48km 떨어진 가든그로브 지역에 자리잡은 영국계 항공부품 제조사 GKN 에어로스페이스 공장에서 벌어졌다. 이 공장에 보관 중이던 메틸 메타크릴레이트(MMA) 저장 탱크 내부 압력과 온도가 급격히 오른다는 신고가 당국에 접수됐다. 이 탱크 안에는 MMA 약 2만 7000리터가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MA는 아크릴 플라스틱과 수지를 만들 때 쓰이는 인화성 화학물질이다. 흡입하면 호흡 곤란·기침·천명음을 유발하고, 동물 실험에서는 일부 신체 기관이 구조적 이상을 보이는 선천적 결손증이 보고됐다.
탱크 폭발이 우려되자 오렌지카운티 당국은 가든그로브와 인근 애너하임·사이프러스·뷰나파크·스탠턴 일부 주민 약 5만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가든그로브 경찰은 직접 가택을 방문해 문을 두드리며 대피를 독촉했지만, 23일 기준 약 15%는 대피소 부족·재산 우려·재난 회의론 등을 이유로 대피를 거부하고 있다. 대피한 주민들을 대신해 일부 변호인단은 GKN 에어로스페이스를 상대로 “회사가 알려진 위험을 알면서도 지역사회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크레이그 코비 오렌지카운티 소방국 사고 대응 지휘관은 기자회견에서 “32년 소방 인생에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며 “남은 가능성은 두 가지뿐이다. 탱크가 깨져서 독극물 6000~7000갤런이 주차장으로 쏟아지거나, 열 폭주가 일어나 인근 연료·화학물질 탱크까지 함께 폭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소방대원들은 현재 탱크 밸브 고장을 이유로 내부에 독극물 중화제를 주입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탱크 외벽에 물을 끊임없이 쏟아부어 탱크 온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폭발에 저항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탱크 내부 온도는 현재 약 38도를 넘긴 상태다. 엘리아스 피카소 남캘리포니아대(USC) 화학과 조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내부 온도가 꾸준히 오른다는 건 반응이 계속 진행 중이라는 증거”라며 열 폭주 위험을 경고했다.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민·환경 정책을 두고 사사건건 충돌해 온 정치적 라이벌이다. 뉴섬 주지사는 지난해 6월 트럼프 행정부가 LA 이민자 단속 시위를 진압한다는 명분으로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4000명과 해병 700명을 주지사 동의 없이 연방군으로 전환·투입하자 곧장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주지사 동의 없이 대통령이 특정 주(州) 방위군을 연방화한 건 1960년대 이후 처음이다. 뉴섬 주지사는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트럼프가 불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방해하는 민주당 주(州) 지도자들은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받아쳤다.
두 사람은 2028년 대선 잠재 라이벌이기도 하다. 뉴섬 주지사는 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 가운데 가장 유력한 후보군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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