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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거품 뺀 명품 산지의 반전… 스파클링 시장 뒤흔드는 ‘크레망 드 부르고뉴’

조선비즈|변지희 기자|2026.05.22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하면 많은 소비자는 샴페인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축하의 순간과 고급 레스토랑을 상징하는 와인으로 오랫동안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샴페인만이 프랑스 스파클링 와인의 전부는 아니다. 세계적인 와인 산지인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에도 오랜 전통과 엄격한 생산 기준을 바탕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 있다. 바로 ‘크레망 드 부르고뉴(Crémant de Bourgogne)’다.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에게 부르고뉴는 쉽게 범접하기 힘든 고가의 산지로 인식돼 왔다. 천문학적인 가격표가 주는 위압감 때문에 일상적인 소비와는 거리가 멀다는 장벽이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화려한 명성의 그늘에서 벗어나 시선을 조금만 넓히면, 평범한 식탁 위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보석들이 가득하다.

지난달 부르고뉴 와인 협회(BIVB)가 서울에서 ‘크레망 드 부르고뉴, 하이엔드 스파클링 와인’을 주제로 전문 마스터클래스를 열었다./합스카치 제공
지난달 부르고뉴 와인 협회(BIVB)가 서울에서 ‘크레망 드 부르고뉴, 하이엔드 스파클링 와인’을 주제로 전문 마스터클래스를 열었다./합스카치 제공

최근 국내 주류 시장에서 이 같은 실속형 프리미엄 트렌드를 이끄는 주역이 바로 크레망 드 부르고뉴다. 프랑스 최고급 샴페인과 동일한 공정을 거쳐 생산되면서도, 가격 부담은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춰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부르고뉴 와인 협회(BIVB)는 지난달 서울에서 ‘크레망 드 부르고뉴, 하이엔드 스파클링 와인’을 주제로 전문 마스터클래스를 열고, 국내 미디어 및 업계 관계자 80여 명을 대상으로 부르고뉴 스파클링이 가진 시장 경쟁력과 미식 가치를 설명했다. 이번 행사 간담회는 부르고뉴 와인 공식 인증 강사인 이인순 와인랩 원장이 진행을 맡았다.

◇ 전통 양조 방식 고수… 철저한 관리가 만든 완성도

발포성 프랑스 와인 중 샴페인은 오직 샹파뉴 지방에서 나온 것에만 한정되어 사용되는 명칭이다. 반면 부르고뉴를 비롯한 프랑스의 다른 유명 산지에서 동일한 고난도 방식으로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은 ‘크레망(Crémant)’이라는 독자적인 원산지 통제 명칭(AOC)을 부여받는다. 1975년 공식 제정돼 지난해 50주년을 맞이했으나, 이 지역에서 기포 와인을 빚어온 역사는 이미 19세기부터 시작되었을 만큼 뿌리가 깊다.

이인순 원장은 “크레망 드 부르고뉴가 글로벌 시장에서 고품질 스파클링의 대안으로 인정받는 비결은 타협 없는 생산 기준에 있다”며 “이를 통해 일관되면서도 높은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르고뉴 와인 협회에 따르면 이 와인은 전 세계 스파클링 와인 기준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받는다. 대형 탱크에서 탄산을 강제로 주입하는 저가 와인과 달리, 와인 병 내부에서 직접 2차 발효를 일으키고 효모와 함께 장기간 숙성하는 프랑스 전통 방식을 철저히 고수한다. 여기에 부르고뉴의 자부심인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 품종을 중심으로 알리고떼, 가메 등이 정교하게 배합된다.

크레망 드 부르고뉴는 부르고뉴 와인 산업 안에서도 비중을 꾸준히 키우고 있다. 연간 생산량은 약 2200만 병으로, 부르고뉴 전체 와인 생산량의 약 12%를 차지할 만큼 전략적 핵심 역할을 수행 중이다. 특히 2025년에는 북미와 북유럽 시장의 견고한 수요가 수출 확대를 이끌면서, 사상 처음으로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해외로 수출되는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다.

크레망 드 부르고뉴 와인들./합스카치 제공
크레망 드 부르고뉴 와인들./합스카치 제공

◇ 한국 시장서 매출 66% 성장

한국은 팬데믹 시기를 지나며 부르고뉴 와인의 가치를 가장 역동적으로 소비하는 아시아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시장에서 크레망 드 부르고뉴는 거의 존재감이 없었지만, 코로나 시기 ‘홈술’ 트렌드를 기점으로 수입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 국내 수입 통계를 살펴보면 성장의 흐름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지난 2021년에는 약 10만5000병 이상이 수입되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3년과 2024년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수입세가 둔화했으나, 지난해에는 다시 10만3000병 이상이 수입되며 강한 반등에 성공했다. 이는 전년 대비 59% 이상 증가한 수치다. 수입 금액 기준으로도 성장세가 매섭다. 지난해 수입액은 약 77만 유로(한화 약 13억 4000만원)를 기록해 전년보다 66% 증가했다.

◇ “기름진 한국 식탁에 안성맞춤”… 인지도 확대가 관건

유럽 현지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을 주로 식전주나 특정 해산물 요리에 한정 짓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크레망 드 부르고뉴의 진정한 가치로 한식을 비롯한 일상의 식탁과의 높은 친화력을 꼽는다.

이날 행사에서 시음을 진행한 윤효정 소믈리에(2023년 한국 소믈리에 대회 우승자)는 크레망 드 부르고뉴가 포멀한 다이닝뿐만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다양한 요리와도 폭넓게 어우러진다고 평가했다. 와인이 가진 특유의 팽팽한 산도와 입안을 자극하는 미네랄 성분이 기름진 한식의 느끼함을 훌륭하게 잡아주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미식의 스펙트럼을 넓히기에 최적의 와인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크레망 드 부르고뉴는 샴페인의 단순한 대체재라기보다, 부르고뉴라는 명품 산지를 색다른 스타일로 경험하게 하는 등용문에 가깝다”라며 “부르고뉴 와인 특유의 산지 신뢰도와 스파클링 와인의 대중적 접근성을 동시에 갖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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