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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은 멈췄지만… 삼성전자 내부 번진 균열, 다시 거론되는 DS 분리론

조선비즈|최효정 기자|2026.05.22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극적으로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내부에서는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는 분위기다.

22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를 앞두고 가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부결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 임금협상을 넘어 삼성전자 내부 사업 구조 변화와 조직 결속력 약화 문제까지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본사./뉴스1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본사./뉴스1

현재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DS(반도체)와 DX(완제품) 부문 간 입장 차가 뚜렷하다. 특히 이번 잠정합의안에는 DS 부문에 별도 특별경영성과급 체계가 신설된 반면, DX 부문은 기존 상한 구조가 유지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기류는 사내 ‘노노(勞勞)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당초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DX 중심의 동행노조 등과 공동교섭단을 꾸려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DS 중심 요구안에 반발한 동행노조가 교섭단을 이탈했다.

이에 분노한 DX 조합원들까지 초기업노조를 대거 탈퇴하면서 노조의 과반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독점 교섭권을 쥔 초기업노조가 이날 찬반 투표를 앞두고 동행노조 측에 “교섭단을 탈퇴했으니 투표권이 없다”고 전격 통보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DX 부문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과반 노조 타이틀을 맞추는 데 이용만 당하고, 결국 투표권도 없이 버려졌다”는 거센 배신감이 분출됐다.

DS 내부에서도 메모리 사업부와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 간 분위기 차가 감지됐다. 메모리 사업부는 HBM(고대역폭메모리) 호황에 따른 실적 기대감이 반영되며 성과급 확대에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지만, 적자가 이어지는 비메모리 사업부에서는 상대적 소외감을 호소하는 분위기도 나타났다.

실제로 사내에서는 10년 지기 입사 동기들 사이에서도 메모리(세후 3억 예상), 반도체연구소(세후 2억 예상), 파운드리·LSI(세후 1억 예상) 등 소속 사업부에 따라 수억 원씩 성과급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구체적인 셈법이 공유됐다. 이에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하루아침에 동기들 사이가 다 갈라졌다” “차라리 다 같이 0원을 받았던 2023년이 더 행복했다”는 한탄이 쏟아졌다.

특히 입사 후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부서 배치를 받은 파운드리나 비메모리 부문 고학력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타 사업부에서 팔려와 적자 사업부라는 이유로 반의반도 못 받는다” “파운드리 박사인데 메모리 생산직이 나보다 배로 받는 걸 보면 화가 나다가도 체념하게 된다”는 등 보상 역전 현상에 대한 자괴감이 확산하고 있다.

DX 부문 역시 “과거 스마트폰·가전 사업이 반도체 불황기 삼성전자를 지탱했는데 지금은 보상 구조가 지나치게 DS 중심으로 기울고 있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커뮤니티와 사내 분위기에서는 잠정합의안 부결 필요성을 주장하는 글들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실제 투표 결과의 경우 가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총파업 장기화에 대한 피로감이 큰 데다, 정부 중재 끝에 어렵게 도출된 합의안을 다시 뒤집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문제는 이번 투표가 가결되더라도 삼성전자 내부 갈등이 쉽게 봉합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 들어 반도체 사업의 위상이 급격히 커지면서 삼성전자 내부 권력 구조와 이해관계 균형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불황기마다 스마트폰·가전 사업에서 확보한 현금으로 대규모 설비투자를 이어가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HBM을 중심으로 DS 부문 실적 기여도가 압도적으로 커지면서 성과 보상 체계 역시 사업부 실적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재계 안팎에서는 DS 분사론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과거에도 메모리 호황기마다 DS 분사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DX 사업과의 시너지와 경기 변동 대응 필요성 때문에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다만 최근에는 내부에서도 “사실상 별도 회사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사업부 간 온도차가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재계 관계자는 “총파업은 일단 피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성전자 내부 균열이 예상보다 깊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AI 시대 사업 구조 변화 속에서 내부 결속력을 어떻게 다시 회복할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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