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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도 “40kg 넘었어” 울상…어려진 신체 이미지 왜곡 [10대 신체 이미지 왜곡①]

데일리안|jiwonline@dailian.co.kr (전지원 기자)|2026.05.22

여학생 4명 중 1명 ‘정상 체중도 살찐 편’ 오인…왜곡된 신체 인지, 청소년 우울·자살 위험 높인다

충남 천안의 한 마라탕집. 성인 여성들의 다이어트 대화에서나 들릴 법한 말이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오가고 있었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된 A(11)양은 “30kg일 때 보기 좋았는데 40kg을 넘었다”고 하소연했다. 맞은편에 앉은 B(11)양이 자신도 그렇다며 위로하자 A양은 “B는 거의 160cm이다. 키가 작은 사람은 빼야 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하교하는 학생들(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연합뉴스
하교하는 학생들(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연합뉴스

몸에 대한 평가는 여학생들만의 언어도 아니었다.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버스에 오른 남고생들은 축구를 하던 친구의 몸을 두고 “전완근이 좋다”, “몸이 잘 빠졌다”, “운동했냐”는 식의 이야기를 나눴다. 외형은 또래 사이에서 평가와 인정의 기준이 되고 있었다. 마른 몸, 운동한 몸, 보기 좋은 몸을 구분하는 언어가 남학생들의 일상 대화에도 자리 잡은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학교 교사는 “요즘 학생들은 이른바 노는 학생, 모범적인 학생을 가리지 않고 외모 관리에 관심이 많다”며 “대부분의 학생이 교복 대신 사복을 입고 오면서 화장이나 스타일링도 자연스럽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걸그룹 직캠 이야기도 많이 하고, 서로 장난처럼 예쁘면 ‘카리나’라고 불러주는 문화도 있다”며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미의 기준이 훨씬 올라간 건 분명하다”고 했다.

특정 연예인의 이름은 또래 사이에서 ‘예쁜 몸’, ‘예쁜 얼굴’, ‘관리된 이미지’를 뜻하는 말처럼 쓰인다. 아이들은 자신과 친구의 몸을 더 자주 비교하고, 몸무게와 체형을 일상적인 평가 언어로 가져오고 있다.

하지만 10대의 몸은 성인처럼 완성된 몸이 아니다. 키와 몸무게, 골격과 체형이 계속 달라지는 성장 과정에 있다. 교육부가 지난 4월 공개한 ‘2025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에 따르면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의 평균 키는 157.4cm, 몸무게는 50.7kg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 평균은 키 161.3cm, 몸무게 57.1kg으로 조사됐다.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 평균도 키 139.9cm, 몸무게 36.6kg이었다.

즉 13세 전후 청소년에게 40kg대 체중은 그 자체로 감량 대상이 아니다. 성장기에는 키와 몸무게가 함께 변하고 개인별 발달 속도도 다르다. 그러나 아이들의 대화에서는 성장 곡선보다 “몇 kg이어야 예쁘다”는 숫자가 앞선다. 키가 작으면 더 빼야 한다는 식의 말은 성장기 몸의 차이를 ‘관리 실패’처럼 받아들이게 만든다.

중·고생 통계에서도 실제 비만 여부와 별개로 스스로를 ‘살찐 몸’으로 인식하는 현상은 확인된다. 2024년 질병관리청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여학생의 신체이미지 왜곡 인지율은 27.9%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소아청소년 성장도표 기준 연령별 체질량지수 85백분위수 미만인 학생 중 자신의 체형을 ‘살찐 편’이라고 인식한 비율이다. 2023년 26.1%에서 1년 새 1.8%포인트 증가했다.

외모·신체 강박을 다룬 영화 ‘서브스턴스’ 스틸컷 ⓒ배급사 NEW
외모·신체 강박을 다룬 영화 ‘서브스턴스’ 스틸컷 ⓒ배급사 NEW

이 수치는 청소년 다이어트 강박이 실제 비만 여부와 별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만군에 해당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감량 대상으로 여기는 여학생이 4명 중 1명을 넘는다는 의미다. 몸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이 건강 상태가 아니라 주관적 인식의 문제로도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신체이미지 왜곡은 정신건강 지표와도 연결됐다. 이유진·윤경순 연구자가 2023년 한국산학기술학회논문지에 발표한 논문 ‘청소년의 신체이미지 왜곡에 따른 정신건강과의 관계’는 2021년 실시한 제17차 청소년건강행태조사 자료 중 연구 목적에 맞는 5만 2219명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BMI와 주관적 체형 인지 문항을 바탕으로 신체이미지 왜곡 여부를 구분하고, 정신건강 지표와의 관계를 살폈다.

그 결과 신체이미지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청소년에 비해 신체이미지를 왜곡하는 청소년의 우울은 1.06배, 자살시도는 1.24배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청소년이 올바른 체형 인식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와 가정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봤다.

청소년의 외모 관심 자체를 문제로 볼 수는 없다. 꾸미고, 운동하고, 좋아하는 연예인의 스타일을 따라 하는 일은 또래문화의 일부다. 문제는 성장 중인 몸을 완성된 몸의 기준으로 재단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평균 성장 기준으로는 감량 대상이 아닌 몸도 또래의 말과 화면 속 이미지 앞에서는 ‘더 빼야 하는 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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