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베네수 전략’ 펼치지만… “쿠바 항복 가능성 낮아”
||2026.05.22
||2026.05.22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쿠바 혁명 원로인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기소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며 이른바 ‘베네수엘라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쿠바 정부가 베네수엘라처럼 미국에 굴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20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라울 카스트로를 비롯한 6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1996년 쿠바 망명단체가 운영하던 항공기 2대를 격추해 4명이 사망한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토드 블랜치 미국 법무부 장관 대행은 이날 “유죄가 확정될 경우 카스트로 전 의장은 최대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쿠바를 상대로 ‘베네수엘라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라울을 기소한 날 미국 항모전단을 카리브해에 배치했는데, 이는 베네수엘라를 압박했던 미국의 행보와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해 카스트로 축출의 길을 닦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과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기소를 명분으로 체포 작전에 나섰던 방식과 닮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쿠바에서 베네수엘라식 정권 교체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선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라울 카스트로를 체포하기는 쉽지 않다. 1931년 6월 3일생인 라울은 올해 만 95세의 고령이다. 외신들은 설령 라울 카스트로를 체포하더라도, 마두로 체포 때와 같은 극적인 정치적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인권단체 워싱턴 라틴 아메리카 사무소(WOLA) 지역 전문가인 아담 이삭슨은 “어떤 측면에서는 라울을 미국으로 데려오는 것은 쉬울 수도 있다”면서도, 2018년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그를 제거한다고 해서 쿠바 정부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쿠바에는 한때 마두로의 측근이었다가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과 같은 인물이 없다는 점도 차이로 꼽힌다. 혁명가 체 게바라 관련 저서를 쓴 호르헤 카스타녜다 전 멕시코 외무장관은 WSJ에 “미국이 아바나에서 ‘쿠바의 델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며 “카스트로는 투항하느니 차라리 스스로 총을 들 인물”이라고 말했다.
싱크탱크 미주대화기구(Inter-American Dialogue)의 전 대표 마이클 시프터 역시 BBC와의 인터뷰에서 “쿠바에는 델시 로드리게스 같은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며 “쿠바의 권력 구조는 베네수엘라와 다르다”고 평가했다. 쿠바는 반정부 시위가 빈번했던 베네수엘라와 달리 전체주의적 성향이 강한 국가이며, 카스트로 세력은 반세기 동안 군을 완전히 장악해 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했던 것처럼 쿠바 체제가 내부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는 붕괴할 수 있어도 국가 체제 자체는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다. BBC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도 쿠바 정부의 사회 통제 메커니즘은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다”며 “만약 쿠바 체제가 붕괴해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고, 특히 많은 쿠바인이 미국으로 향할 경우 이는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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