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경영진과 직원의 동상이몽 [줌인IT]
||2026.05.22
||2026.05.22
최근 인공지능(AI) 활용은 경영진과 직원 모두에게 피하기 어려운 과제가 됐다. AI를 더 잘 써 생산성을 높이고 조직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방향에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같은 목표를 보더라도 조직마다, 또 경영진과 직원 간 기대하는 속도와 체감이 조금씩 다르다.
AI 활용의 기준선은 최근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AI를 쓴다는 말은 챗GPT·제미나이 등의 생성형AI나 파생 AI 서비스를 이용해 번역, 문서 요약, 보고서 초안 작성, 데이터 분석 보조, 디자인 시안 제작 등을 하는 정도를 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현장에서는 이미 개발자가 아닌 직원이 바이브 코딩으로 자신의 업무에 맞는 자동화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반복 보고서 작성, 자료 정리, 기사 모니터링, 회의록 가공처럼 조직 안에 널린 자잘한 업무가 개인 단위 자동화 대상이 됐다. 개발자들은 이미 AI 에이전트로 온갖 일들을 자동화하며 즐거운 실험을 하는 수준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흐름은 경영진의 요구와 직원 개인의 시도가 맞물리며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AI로 반복 업무를 줄여보라는 주문이 나오고, 개발자가 아닌 일부 직원들이 실제로 작은 업무 도구를 만들어 팀 안에서 공유해 업무 혁신을 이룬다. AI 활용이 단순 보조 업무를 넘어 개인의 업무 전체 흐름을 바꾸는 단계로 넘어간다.
다만 같은 AI 활용이라도 회사가 어느 정도를 지원하느냐에 따라 직원이 체감하는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극단적으로 비교하자면 어떤 기업은 일반 AI 서비스 구독을 하면서 팀 공동계정으로 사용하도록 한다. 다음은 직원 개인에게 월 몇만원 수준의 AI 도구 사용료를 지원하는 단계다. 더 본격적인 곳은 클로드 코드 같은 서비스의 기업용 요금제에 가입해 구성원별 계정을 지급하고, 최상위 티어는 개인당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토큰 요금까지 지원하는 수준이다. 직장인들의 AI 시대 체감 수준도 크게 갈린다.
개인 자동화가 확산되면 모든 직원이 직접 AI 도구를 만들어야 하느냐는 질문도 따라붙는다. 실제 현장에서는 특정 직원이 만든 자동화 도구를 팀이나 부서에 전파해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뛰어난 누군가가 만들고, 다수는 그 결과물을 쓴다. 이 때문에 AI 역량을 단순히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능력’으로만 봐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최소한 자신이 맡은 업무의 흐름을 알고, 도구의 어떤 부분이 불편한지, 어떤 기능이 더 필요한지, 그것이 구현 가능한 요구인지는 파악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AI 역량의 기준이 단순 활용 능력에서 업무 흐름을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한 제반 인프라 파악 능력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과도기적 혼선도 나타난다. 최근 들은 한 사례가 그렇다. 한 기업은 기존에 쓰던 상용 소프트웨어 구독을 중단하고 자체 제작 도구 사용을 지시했다고 한다. 문제는 완성도였다. 직접 만든 도구는 기존 제품보다 기능이 부족했고 사용성도 떨어졌다. 직원들은 기존보다 불편하게 일하면서도, 도구 제작과 수정에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해당 회사 경영진은 AI 시대에 필요한 경험이라며 직원들을 독려했다고 한다. 완전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직원 입장에서는 체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검증된 도구를 두고 더 불편한 자체 제작 도구를 시간을 들여 만들어 써야 한다면, AI로 생산성이 오르기는커녕 정작 일할 시간이 줄고 추가 업무까지 하게 됐다고 느낄 수 있다. 경영진은 생산성 향상과 경험 축적을 기대하지만, 직원은 당장의 업무 부담과 효율 저하를 먼저 마주하게 된 것이다.
지금의 이런 혼란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지, 과도기에 겪는 시행착오로 기억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AI 활용을 둘러싼 기업과 개인의 고민은 분명히 복잡해지고 있다. 이제 과제는 AI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누가 만들고, 누가 쓰며, 무엇을 계속 개선할지 정하는 일이다. 경영진이 기대하는 생산성 향상과 직원이 체감하는 업무 효율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일이 AI 활용의 다음 과제가 되고 있다.
정종길 기자
jk2@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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