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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200만배럴 호르무즈 뚫었지만…정유사 "트레이딩 경쟁력 부재" 여전

아시아투데이|이서연|2026.05.21

호르무즈 해협 뚫은 유조선, 울산서 원유 하역
중동 사태 이후 처음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 사례가 나오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한숨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단기적인 공급 안정과 별개로 이번 사태를 통해 국내 정유사들의 에너지 트레이딩 경쟁력 부재가 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적 선사 HMM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유니버셜 위너호'가 약 3개월 가까이 이어진 호르무즈 해협 봉쇄 국면 이후 처음으로 해협을 통과했다. 해당 선박에는 SK이노베이션에 공급될 원유 약 200만배럴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특정 선박에 대한 제한적 통항 허용일 가능성이 남아 있어, 업계 내에서는 이번 통과 사례를 곧바로 공급 정상화 신호로 해석하기엔 이르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업계관계자는 "하루 원유 소비량에 그쳐 단기적인 효과에 그치겠지만 향후 직항 루트가 부분적으로 재개될 경우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일회성 위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반복되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단순히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근본적으로는 가격 변동성에 취약한 국내 정유업계의 에너지 트레이딩 역량 부족이 구조적 약점으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2분기 들어 역래깅 효과와 재고평가손실 가능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고가에 도입한 원유가 본격적으로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시점에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비싸게 들여온 원유가 오히려 손실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방향성에 따라 실적이 급등락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형 글로벌 에너지 트레이딩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경직된 구조를 꼽았다. 조 교수는 "엑슨모빌이나 비톨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24시간 원유와 가스 흐름을 모니터링하며 가격 변동성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리스크를 관리한다"며 "국내 정유사들은 아직 단순 구매자 역할에 머물러 있는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내 정유사들도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트레이딩 조직을 확대하고 있지만 글로벌 메이저 하우스들과 비교하면 규모와 영향력에서 차이가 크다는 평가다.

조 교수는 "에너지 트레이딩은 고위험·고수익 산업 특성이 강하지만 국내에서는 단기 손실 발생 시 배임 논란이나 경영 책임 문제가 곧바로 불거지는 구조여서 과감한 리스크 관리가 어렵다"며 "단기 손익 중심 평가 체계에서 벗어나 장기 누적 수익률 기반 평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건전한 리스크 관리 절차를 준수했다면 일정 수준 면책을 인정하는 제도적 환경도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력 확보 측면의 구조적 문제도 함께 지적됐다. 글로벌 에너지 트레이딩 시장에서는 초고액 성과 보상 구조가 일반적이지만 국내 대기업식 연공 중심 보상 체계로는 글로벌 수준 인재 확보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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