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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거래 수천억 손실 난 증권가… ‘강달러’ 실적 복병되나

IT조선|윤승준 기자|2026.05.21

올 1분기 국내 증권사들이 외환거래에서 5000억원에 육박한 손실을 입었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화부채 규모가 커진 탓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달러 환율은 다시 1500원대를 넘어섰다. 코스피 7000 돌파로 새 전기를 맞았지만 환율이라는 악재가 새 변수가 될거란 전망이다. 

1분기 증권사 외환거래 순손익 / 윤승준 기자
1분기 증권사 외환거래 순손익 / 윤승준 기자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48곳(12월 결산법인)의 1분기 외환거래 실적은 4667억원 손실로 집계됐다. 벌어들인 돈이 9조1515억원인데 반해 나간 돈이 9조6182억원이었다. 지난해 1분기 2693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외환거래 실적이란 증권사가 보유하거나 거래하는 외화 자산·부채, 외화 표시 금융상품 등에서 환율 변동으로 발생하는 손익을 뜻한다. 외환차익(차손)과 외화환산이익(손실)으로 구분된다. 외환차익(차손)은 외화를 실제로 사고 팔거나 외화 채권·채무를 결제하는 과정에서 확정된 실현 손익이고, 외화환산이익(손실)은 아직 매도하거나 상환하지 않은 외화 자산·부채를 결산일 환율로 평가하면서 발생하는 장부상 미실현 손익이다.

회사별로 보면 미래에셋증권이 2284억원으로 손실 폭이 가장 컸다. 메리츠증권(1595억원)이 뒤를 이었다, 그 다음 신한투자증권(-783억원), 한국투자증권(-632억원), 키움증권(-555억원), 교보증권(-424억원), 하나증권(-377억원) 등의 순이었다. 특히 메리츠증권은 실현 손익인 외환차손이 1409억원으로 외환거래 손실 대부분을 차지했다.

1분기 주요 증권사 외환거래 순손익 / 윤승준 기자
1분기 주요 증권사 외환거래 순손익 / 윤승준 기자

증권사 외환거래 실적이 손실로 돌아선 건 환율 급등 여파에 기인한다. 서울외환중개에 따르면 1분기 평균 달러 환율은 1465.16원으로 전년동기(1452.66원) 대비 12원 이상 상승했다. 3월 말엔 2009년 이후 17년 만에 환율 15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기대 약화에 따른 달러 강세, 중동 리스크로 커진 위험자산 선호 심리 약화,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도,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 확대 등이 환율을 끌어올렸고, 이게 증권사 외화부채 등의 손실을 키운 것으로 읽힌다. 

물론 증권사는 통화선도 등과 같은 파생상품을 활용해 한쪽에서 손실이 나면 다른 쪽에서 이익이 나도록 설계하지만, 외화 자산·부채 헤지(위험회피) 계약 만기·금액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거나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 손실을 상쇄하지 못할 수 있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상승 시 외화부채 손실이 커지는데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증권사라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 영향이 크지 않도록 헤지를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손실이 났다는 건 일부 헤지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스1
2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뉴스1

문제는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환거래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19일 달러 환율은 1503.4원을 기록하며 지난달 8일(1506.8원) 이후 40여일 만에 1500원대 진입했다. 20일 기준 2분기 평균 환율은 1485.37원이다. 외국인이 2분기 들어 코스피·코스닥에서 36조원을 순매도했고, 국내 투자자의 2분기 해외주식·채권 일평균 거래대금도 약 25억달러(약 3조8000억원)으로 1분기(약 24억달러)를 넘어섰다. 

실적에 미칠 영향도 작지 않다. 1분기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 영업비용(79조2411억원) 중 외환거래손실(8조8582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1.2%였다. 하반기부터 주식 거래 감소 등으로 증권사 이익 증가 폭이 줄어들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큰 부담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순이익 3조3226억원을 거둔 5대 상장 증권사(미래에셋·한국금융지주·NH·삼성·키움)는 2분기 2조9646억원, 3분기 2조2631억원 등을 기록할 전망이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환율 상승 자체가 증권사에 직접적인 손실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2차적 매크로(거시경제) 충격으로 번질 경우 증권사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외화 조달비용이 올라가거나 외화 유동성이 어려워질 수 있고, 신용스프레드(국채와 회사채 금리 차) 확대 등 부수적인 효과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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