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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전자가 드러낸 우리 경제 勞使 리스크

아시아투데이|논설심의실|2026.05.21

노사 간 협의 결렬 뒤 정부가 개입한 1차, 2·3차 사후조정, 그리고 협상 결렬 선언. 그럼에도 이어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여한 추가 사후조정. 반도체 초호황에 편승한 삼성전자 노조의 '15% 성과급 요구'로 촉발된 이번 파업 위기는 한국 산업생태계의 아킬레스건을 드러냈다. 친노동 성향의 이번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노골적으로 언급하고 사후조정을 계속 연장하며 합의를 압박한 것도 '영업이익 N% 성과급'이 관행으로 자리 잡을 경우의 경제적 파장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이것은 매년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N% 성과급'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함을 의미한다.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삼성바이오로직스, 카카오 등 다양한 업종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파업을 결의한 카카오 소속 5개 법인 노조의 주요 요구 사항 중 하나도 성과급제도 개선이다.

개인별 성과에 기반한 임금 대신 호봉제에 집착해 온 후진적 기업 관행이 불러온 '예고된 사고'의 측면도 있다. 선진국 기업들이 엄격한 개인별 기여에 기반해 성과급을 정교하게 제도화해 온 반면 우리 기업들은 성과급을 직원 사기 진작 차원에서 호혜적으로 나누는 여분의 보상 정도로 여겨온 게 사실이다. 이번 사태를 불러온 건 보수 체계를 손질하는 데 게으름을 피운 기업들의 잘못뿐 아니다. 정부의 과격한 친노동 정책도 파장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이다. N% 성과급이 제도화하면 삼성전자 등 대기업 본사 직원들만 수혜를 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청업체 노조들도 원청에 성과급 관련 교섭을 요구할 것이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노란봉투법은 원청 기업이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한다면 '사용자'로 간주해 교섭 의무를 지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1차 협력업체만 1700여 개, 2차 협력사는 2만여 개에 이른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성과급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하청 노조로부터 피소당할 위기에 처했다.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등 다른 대기업 하청 노조도 원청과 같은 수준의 성과급을 줄줄이 요구하고 있다.

N% 성과급은 사실상 성과급이 기업의 고정비로 처리된다는 의미다. 순이익에 기반해 주주배당금이 지급되기 전에 영업이익에서 직원들의 성과급이 우선 배분되는 것이다.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이익을 우선하는 주주자본주의 원리에 배치된다. 이런 기업 수익 배분 방식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것이다. 한국 투자자들도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주주 우선주의가 제도화된 해외 시장에 익숙한 투자자들에겐 이해하기 힘든 '비정상'으로 여겨질 것이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40조원 넘게 주식을 순매도한 외국인들의 움직임도 성과급 논쟁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정부가 N% 성과급 문제를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전반의 리스크를 키우는 중차대한 사안으로 대응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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