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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보상 vs 성과주의’ 명분 싸움에 삼성 반도체 내일 멈춘다

IT조선|이광영 기자|2026.05.20

삼성전자 노사의 사후조정 협상이 성과급 배분 기준을 둘러싼 극심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최종 결렬됐다. 과반 노조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적자 사업부 챙기기에 나선 노조와 성과주의 원칙을 고수한 사측이 팽팽히 맞선 결과다. 이에 노조는 예고대로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이하 노조)가 4월 23일 평택캠퍼스에서 개최한 4.23 투쟁 결의대회에 조합원들이 참석하고 있다. / 이광영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이하 노조)가 4월 23일 평택캠퍼스에서 개최한 4.23 투쟁 결의대회에 조합원들이 참석하고 있다. / 이광영 기자 

20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 중노위에서 3차 사후조정 회의를 열었으나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협상을 종료했다. 18일부터 3일간 진행된 마라톤 교섭이 결국 파국을 맞이한 것이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20일 공지문을 통해 “노동조합은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에 동의했으나 사측이 거부했다”며 “사측은 의사결정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만 반복하며 끝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입장문을 내고 막판 합의 결렬의 책임이 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있다고 반박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사측은 노조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음에도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수준의 보상을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경영 원칙에 정면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노사가 마지막까지 격차를 좁히지 못한 핵심 쟁점은 반도체(DS) 부문의 성과급 재원 배분 구조였다. 노조 측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하되 이를 ‘부문 공통 70%, 각 사업부별 30%’의 비율로 분배하자고 요구해왔다.

이 분배안에 따르면 수년째 만년 적자를 기록 중인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 직원들도 수억원대의 성과급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반면 역대급 흑자를 낸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은 상대적 불이익으로 반발하는 등 사내 여론이 분열됐다.

이에 사측은 성과주의 원칙 훼손을 우려해 ‘부문 40%, 사업부 60%’의 비율을 제시하며 실적을 낸 사업부에 보상을 집중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 원칙을 포기하면 타 기업 및 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계에서는 노조 지도부가 법적 ‘과반 노조’ 지위를 지키기 위해 이 같은 비상식적인 요구안을 고수한 것으로 분석한다. 최근 DX부문 조합원 4000여명이 대거 탈퇴를 신청하면서 노조의 입지가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현재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과반 유지 마지노선인 6만4000명대에 근접한 7만명 미만으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2만여명 규모의 비메모리 직원들의 추가 이탈을 막고자 적자 사업부인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보호 기조를 밀어붙였다는 해석이다.

노사 교섭이 파국에 이르며 대규모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진 가운데 사측은 향후 추가 조정이나 직접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역시 파업 기간 중에도 타결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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