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상영금지 소송…법원 첫 심문

조선비즈|박수현 기자|2026.05.20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미방영 드라마 시나리오와의 유사성을 둘러싸고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에 휘말렸다. 법정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의 표현 방식이 어디까지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두고 양측이 정면으로 맞섰다.

서울서부지법 제21민사부(재판장 신명희)는 지난 19일 미방영 드라마 ‘엄흥도’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고(故) A씨의 유족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공동 제작사 온다웍스와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쇼박스 등을 상대로 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첫 심문기일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서는 두 작품의 핵심 서사 구조와 구체적 설정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제작사 측은 “두 작품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가처분 신청의 전제가 되는 법적 권리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족 측이 표절의 근거로 제시한 단종의 폐위, 엄흥도의 시신 수습 등은 “역사적 사실 그 자체에 불과하다”며 “이를 극화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전형적인 장면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맞섰다.

또 “유족 측 시나리오는 엄흥도의 충절과 순절에 무게를 둔 반면, 영화는 인물 간 관계 설정과 갈등 전개, 결말에 이르는 구조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동 제작사 온다웍스는 지난 3월에도 “타 저작물을 표절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뉴스1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뉴스1

반면 유족 측은 고인이 2000년대 초반 방송사 등에 투고했던 시나리오의 독창적인 각색 요소가 영화에 그대로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이 제시한 쟁점은 총 7가지다. 유배된 단종이 음식을 거부하다 특정 음식을 먹으며 마음을 여는 설정, 엄흥도가 단종의 반응을 마을 사람들에게 대신 전달하는 전개, 절벽에서 투신하려는 단종을 엄흥도가 만류하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또 엄흥도의 자녀를 외아들로 압축하거나 여러 궁녀를 단일 인물로 재구성한 설정 등도 유사점으로 들었다.

유족 측은 “대기업 제작사를 상대로 무리한 소송을 벌이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창작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작품에 원작자의 이름을 명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소재나 주제 자체가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맞다”면서도 “유족 측이 침해를 주장한 7가지 창작적 요소에 대해 제작사 측이 이를 반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소명 자료를 제출하라”고 양측에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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