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다음 격전지는 공장"…日 제조업, 구글·엔비디아 손잡고 로봇 자동화 총력전
||2026.05.20
||2026.05.20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일본 제조업계가 공장 현장을 차세대 인공지능(AI) 경쟁의 핵심 무대로 삼고 로봇 자동화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초거대 AI 모델과 반도체 인프라 경쟁을 주도하는 사이, 일본은 제조 데이터와 로봇 기술을 앞세워 산업용 AI 시장 선점에 나서는 전략이다.
19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매체 크립토폴리탄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최근 '피지컬 AI'(Physical AI)를 중심으로 공장 자동화 체계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피지컬 AI는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한 뒤, 실시간으로 자율 행동하며 인간과 협업할 수 있는 AI를 의미한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반복 작업에 특화됐다면, 피지컬 AI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작업까지 수행 범위를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은 일본 산업용 로봇 기업 화낙(Fanuc)에서 나왔다. 화낙은 지난 13일 구글과 협력해 음성이나 손글씨 지시를 이해하고 공장 업무를 자율 수행하는 AI 로봇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프로그래밍 기술 없이도 공장 로봇을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화낙은 자사 로봇을 구글 소프트웨어와 호환시키는 동시에, 폐쇄적으로 운영해온 로봇 소프트웨어 체계도 외부에 개방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엔비디아와의 협력도 발표했다. 아베 겐이치로 화낙 전무는 "모든 AI 생태계를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여러 기업의 AI 시스템을 함께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이 기대를 거는 핵심 자산은 오랜 기간 축적된 제조 현장 데이터다. 일본 제조업은 수십 년 동안 숙련 작업자의 암묵지와 노하우에 의존해왔으며, 최근에는 이를 AI 학습 데이터로 전환하는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일본 제조업의 장기 생산 경험과 공장 데이터가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력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일본 제조업체들의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 점유율은 1990년대 약 80%에서 현재 40% 수준으로 낮아졌다. 특히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에스툰 오토메이션과 이노반스 테크놀로지 등 중국 업체들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정밀 모션 제어 기술과 로봇용 핵심 부품, 반도체 장비 경쟁력을 기반으로 반격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중국 로봇 업체들도 여전히 일본산 기계 부품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기업들은 하드웨어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산업 AI 플랫폼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일본 기술기업 아룸(ARUM Inc)는 금속 부품 제조용 완전 자동화 생산라인 'TTMC'를 개발해 일본과 해외 시장 확대를 추진 중이다. 또 산업기기 업체 페어리 디바이스(Fairy Devices)는 웨어러블 AI 기기를 통해 숙련 기술자의 작업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문 작업용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있다.
일본 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피지컬 AI 혁신을 가속하고 이를 세계 시장으로 확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본 내 고품질 데이터, 특히 오랜 기간 축적된 공장 노하우를 AI 로봇 학습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2025년 12월 범용 AI 모델의 국산화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데 이어, 향후 5년간 1조엔 규모 자금을 투입해 일본형 피지컬 AI 개발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AI 전략이 미국식 초거대 모델 경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자체 초거대 AI 경쟁에서는 뒤처졌지만, 실제 생산 현장에 AI를 접목하는 제조·로봇 분야에서는 여전히 강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일본의 승부처는 데이터센터 안이 아니라 공장 현장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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