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전기로 학습하고 물로 식는다 [박지민의 중국과 미래]
||2026.05.20
||2026.05.20
중국 인공지능 산업을 보려면 이제 모델 순위표만 봐서는 안 된다. 딥시크가 얼마나 싸게 추론하는지, 시댄스가 얼마나 자연스러운 영상을 만드는지는 표면의 경쟁이다. 진짜 승부는 그 아래에서 벌어진다. 데이터센터, 전력, 냉각, 서버, 네트워크, 메모리, 저장장치, 인공지능 반도체가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 인공지능의 겉모습이 알고리즘이라면, 그 몸통은 전력망과 냉각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 메모리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30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4년의 두 배 수준인 945테라와트시(TWh)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공지능 가속 서버가 전력 수요 증가를 이끌고, 냉각을 포함한 기반 인프라도 데이터센터 전력 증가분의 중요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자본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의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는 이미 수천억달러 단위로 커졌고, 시장은 데이터센터를 단순 전산 설비가 아니라 반도체, 전력, 냉각, 네트워크가 결합된 거대 산업 인프라로 보기 시작했다.
중국이 이 흐름을 가장 정치적으로, 그리고 산업적으로 해석한 결과가 동수서산(东数西算) 프로젝트다. 한국어로 풀면 동부의 데이터를 서부에서 계산한다는 뜻이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항저우 같은 동부 지역에는 데이터와 이용자, 기업 고객이 몰려 있다. 반면 전력, 토지, 냉각 조건은 서부 지역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중국은 이 불균형을 국가 인프라 전략으로 풀고 있다. 동부는 저지연 추론과 산업 고객 접점을 맡고, 서부는 대규모 학습, 저장, 배치형 계산을 맡는 구조다.
최근 중국의 표현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단순히 데이터를 서쪽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계산력과 전력을 함께 설계하는 ‘계산·전력 협동’이다. 국가데이터국(国家数据局)은 2025년 말 기준 중국의 지능형 계산력 규모가 159만 페타플롭스(PFLOPS)에 이르며, 8대 국가 계산 허브와 10대 데이터센터 클러스터가 이 중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또 신규 국가 허브의 재생에너지·저탄소 전력 사용 비중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중국은 데이터센터를 전력 소비 시설이 아니라 전력망, 재생에너지, 지방 산업정책과 연결된 계산 인프라로 보고 있다.
이 산업 생태계는 세 층으로 나눠 봐야 한다. 업스트림에는 칩, 서버, 네트워크, 광모듈, 전력 장비, 냉각 장비, 메모리, 저장장치가 있다. 화웨이(华为), 중신국제(中芯国际), 중신집성(中芯集成), 창신메모리(长鑫存储), 양쯔메모리(长江存储), 인스퍼(浪潮信息), 신화싼(新华三), 슈퍼퓨전(超聚变), 중싱(中兴通讯), 잉웨이커(英维克), 선링환경(申菱环境) 등이 여기에 속한다. 여기서 중신국제와 중신집성은 데이터센터 운영사가 아니라 국산 인공지능 칩, 전력반도체, 특수공정의 제조 기반으로 이해해야 한다. 미드스트림에는 통신사,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운영사가 있고, 다운스트림에는 대형모델, 금융, 제조, 의료, 교육, 정부, 콘텐츠 기업이 있다.
냉각은 이제 부속 설비가 아니라 데이터센터 설계의 핵심이다. 고성능 인공지능 서버는 기존 공랭 방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열을 낸다. 랙당 전력밀도는 빠르게 높아지고, 전력은 곧 열이 된다. 36Kr는 중국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에서 액체냉각이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 조건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수서산 신규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효율 요구와 고밀도 서버 확산이 액체냉각 시장을 밀어올리고 있다. 중국 지능형 계산센터의 액체냉각 시장은 2024년 약 27억달러에서 2029년 약 19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냉각 기업은 이제 주변 장비업체가 아니라 인공지능 인프라의 원가와 안정성을 결정하는 핵심 공급자다.
화웨이의 역할도 단순한 장비회사에 머물지 않는다. 화웨이는 인공지능 반도체, 서버, 네트워크, 전력 장비, 냉각, 운영체제, 개발 프레임워크를 묶어 국산 계산 인프라 스택을 만들고 있다. Atlas 950 SuperPoD는 단일 랙에 64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넣고 최대 8192개 NPU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이는 중국이 엔비디아 GPU 한 장의 성능을 그대로 따라잡기보다, 여러 칩을 초고속으로 연결하고 전력·냉각·소프트웨어를 함께 최적화해 시스템 단위로 격차를 줄이려는 전략이다.
반도체 영역에서는 중국판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캠브리콘(寒武纪), 모어스레드(摩尔线程), 무시(沐曦), 비런테크(壁仞科技), 수이위안(燧原科技), 바이두 쿤룬신(百度昆仑芯), 알리 핑터우거(阿里平头哥)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방향은 개별 칩 성능 경쟁만이 아니다. 모델 기업과 칩 기업을 묶어 소프트웨어 호환성, 컴파일러, 서버, 클라우드 실증까지 함께 가는 생태계 경쟁이다. 차이나유니콤(中国联通)의 칭하이 데이터센터가 국산 인공지능 칩을 대규모로 투입한 것은 중국이 대체 가능성을 실제 현장에서 검증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그렇다면 중국은 엔비디아로부터 자립할 수 있을까. 결론은 부분적 자립은 가능하지만 완전한 자립은 아직 멀다는 것이다. 정부와 공기업 수요, 보안이 중요한 산업, 추론 중심 워크로드에서는 국산 칩 전환이 빨라질 수 있다. 그러나 최첨단 대형모델 학습에서는 여전히 첨단 공정, 수율, 고대역폭 메모리, 첨단 패키징, 칩 간 연결,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병목이다. 엔비디아의 강점은 GPU 한 장이 아니라 쿠다, 네트워크, 서버 랙, 냉각, 개발자 생태계까지 이어지는 전체 스택에 있다. 중국은 화웨이를 중심으로 이 스택을 재구성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같은 안정성과 범용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최근 샌디스크와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고대역폭 플래시 메모리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학습 시대의 핵심이 HBM이었다면, 추론 시대에는 대역폭, 용량, 전력, 비용을 동시에 맞추는 새로운 메모리 계층이 필요하다. 고대역폭 플래시는 HBM을 대체한다기보다, HBM과 SSD 사이에서 대규모 추론의 용량과 비용 병목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오픈AI가 AMD, 브로드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와 함께 MRC 네트워크 프로토콜을 공개한 것도 의미가 있다. 수십만 개의 GPU가 연결되는 슈퍼컴퓨터에서는 칩 성능보다 칩 사이 데이터 이동과 장애 복구가 더 큰 문제가 된다. 인공지능 인프라 경쟁은 GPU 구매 경쟁에서 메모리, 네트워크, 전력, 냉각의 시스템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이 전환을 감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독일 공조기업 플렉트그룹을 인수하고, LG전자가 직접 칩 위에 냉각수를 보내는 액체냉각과 대형 냉각수 분배장치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과거 가전과 공조의 영역으로 보였던 사업이 이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핵심 산업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한국 데이터센터도 수도권 집중, 전력망 병목, 주민 수용성, 재생에너지 조달, 냉각수 확보라는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한국이 중국의 동수서산을 그대로 복제할 필요는 없다. 국토 구조와 전력망, 지방 산업 기반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칙은 배워야 한다. 수도권은 저지연 추론과 기업 고객 접점 중심으로, 지방은 대규모 학습·저장·배치형 계산 중심으로 역할을 나눠야 한다. 전남, 경북, 강원, 울산, 새만금처럼 전력과 산업 입지를 가진 지역은 단순 데이터센터 유치가 아니라 인공지능 계산 특구로 설계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보조금 지급자가 아니라 전력, 송전망, 물, 냉각, 환경, 지역 수용성을 조정하는 인프라 설계자여야 한다.
대기업의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전산실의 확장이 아니다. 제조, 금융, 유통, 콘텐츠, 게임, 바이오 기업의 인공지능 생산라인이다. 앞으로 기업 경쟁력은 어떤 모델을 쓰느냐보다 자사 데이터와 업무를 어느 계산 인프라에서 얼마나 안정적이고 싸게 돌리느냐에 달릴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도 데이터센터를 부동산 금융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전력 접속 가능 시점, 랙당 전력밀도, 냉각 효율, 물 사용량, 장기 고객계약, 칩 조달 안정성, 전력가격 헤지 능력이 밸류에이션의 핵심이다.
중국식 접근의 약점도 분명하다. 국가 주도의 대규모 투자는 속도를 만들지만 중복투자와 저이용률을 낳을 수 있다. 지방정부가 계산력 단지를 경쟁적으로 만들면 실제 수요보다 설비가 먼저 늘어나는 문제가 생긴다. 국산 칩을 정책적으로 밀어도 개발자와 기업 고객이 익숙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중국의 전략은 단기 수익성보다 기술 주권과 산업 축적을 우선하는 모델이다. 한국은 이 장점을 흡수하되 비효율은 피해야 한다. 수요 기업, 전력 사업자, 반도체 기업, 클라우드 사업자, 냉각 기업, 지방정부가 처음부터 같은 사업계획 안에 들어가야 한다.
정책적으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국가 단위의 인공지능 계산 인프라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어느 지역에 어떤 전력 여유가 있고, 어느 산업 데이터와 연결할 수 있으며, 어떤 냉각 방식이 가능한지를 공개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둘째, 국산 인공지능 반도체 실증을 실제 데이터센터와 공공·산업 워크로드에 연결해야 한다. 연구용 벤치마크가 아니라 금융, 제조, 보안, 공공 행정의 반복 업무에서 검증해야 한다. 셋째, 냉각과 폐열 활용을 산업정책의 정식 항목으로 올려야 한다. 데이터센터의 열은 비용이자 동시에 지역난방, 농업, 산업단지와 연결될 수 있는 자원이다.
한국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에도 시사점이 있다.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이 엔비디아의 일부 수요를 대체하려면 칩만 잘 만들어서는 부족하다. 칩, 서버, 컴파일러,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실증, 대형 고객을 함께 묶어야 한다. 한국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와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패키징 역량, 통신사의 클라우드, 제조 현장의 산업 데이터, 삼성과 LG의 냉각 역량이 있다. 이것이 각자 흩어져 있으면 엔비디아 생태계의 주변부에 머문다. 국가 차원의 인공지능 계산 스택으로 묶을 때 비로소 경쟁력이 생긴다.
인공지능 시대의 병목은 계속 바뀐다. 처음에는 GPU가 부족했고, 다음에는 HBM이 부족했다. 이제는 전력과 냉각,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부지가 부족하다. 앞으로는 추론 비용과 에너지 비용, 권리 데이터와 운영 안정성이 병목이 될 것이다. 중국은 이 변화를 국가 산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도 “모델을 몇 개 만들 것인가”보다 “그 모델을 어디에서, 어떤 전력으로, 어떤 칩과 메모리와 냉각으로, 누구의 데이터와 연결해 돌릴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결국 인공지능은 전기로 학습하고 물로 식는다. 그리고 그 전기와 물을 누가 더 싸고 안정적으로 통제하느냐가 다음 산업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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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대표는 한·중 산업·기술 협력, 자본시장, 투자·M&A, 정책·기업 협력, 대학 산학협력 생태계를 연결하는 크로스보더 전략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외국인 투자유치와 국내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해 한·중 기업 간 기술 협력, 투자 연계, 산업 파트너십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주)피더블유에스그룹(PWS GROUP)을 창업했다. 현재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36Kr,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VC Draper Dragon를 비롯하여BEYOND EXPO, HIRED CHINA, Zhejiang Saichuang Weilai VC 등의 한국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중국 내 주요 로펌의 한국 파트너로서 한·중 기업 자문, 중국 기업의 한국 진출 지원, 양국 간 크로스보더 M&A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중화권 대표 방송사 봉황위성TV(凤凰卫视)의 시사토론 프로그램 《一虎一席谈》에 한·중 협력 분야 전문 패널로 출연하며, 한중 경제·산업·기술 협력과 중국 시장 동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학계와 산업계의 교류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경영학회 산업계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 국유 철강기업 시노스틸(中国中钢集团, Sinosteel Corporation)과 베이징 중관촌 창업 생태계의 핵심 플랫폼인 중관촌창업거리(中关村创业大街) 이노웨이(INNOWAY)에서 근무하며 중국 산업 및 혁신 생태계 현장 경험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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