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8천억 vs. 한화 3천억… 승계 비용 가른 ‘비상장사 지렛대’
||2026.05.19
||2026.05.19
삼성 오너일가가 12조원 규모의 상속세 납부를 마무리하면서 재계 승계 비용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시선은 한화그룹으로 향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해 ㈜한화 지분 일부를 세 아들에게 증여하며 경영권 승계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증여세는 3000억원을 밑돌았다. 오너 3세가 지배하는 비상장사 한화에너지가 ㈜한화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직접 지분 증여에 따른 현금 부담을 낮춘 구조가 작동한 결과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김승연 회장은 (주)한화 지분 22.65% 중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증여 기준일(2025년 4월 30일) 전후 2개월 평균 종가로 계산하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3명이 납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증여세는 2966억원(세율 60% 적용)이다. 4.85%를 받은 장남 김동관 부회장만 놓고 보면 1271억원이다. 김 부회장 이를 9.76%까지 늘리는 등, 한화그룹은 현재 3세 경영권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상태다.
타 그룹과 비교하면 한화는 비교적 절세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2018년 5월 구본무 LG그룹 전 회장 별세 후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3남매는 구 전 회장의 (주)LG 지분 11.28%를 상속받았다. 상속 개시일 전후 2개월 평균 종가로 계산해 증여세 규모를 추정하면 8672억원 수준이다.
상속·증여 기준일 당시 시가총액을 보면, LG그룹 96조9783억원, 한화그룹 87조3568억원으로 한화그룹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그룹 전체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상속 및 증여 당해에 LG그룹 3남매의 (주)LG 지분은 18.58%, 한화그룹 3형제의 (주)한화 지분은 20.52%다.
비슷한 시기 경영승계 작업을 마친 다른 재벌과 비교해도 한화의 절세는 두드러진다. 신세계의 경우, 정용진 그룹 회장과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은 2020년 9월 어머니 이명희 총괄회장로부터 각각 이마트 지분 8.22%, (주)신세계 지분 8.22% 증여받은 뒤 마트·백화점 경영권을 잡았다. 이들이 낸 추정 증여세는 총 2963억원이다.
지난해 2월 정용진 회장은 2251억원을 들여 이 총괄회장 잔여 지분 10%를 매입했고, 그해 4월 정유경 회장도 이 총괄회장 잔여 지분 10%(추정 증여세 1003억원)를 증여받았다. 최근 6년간 두 사람의 증여세 또는 지분 매입 비용을 합치면 6218억원에 이른다.
삼성그룹의 경우 2020년 10월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별세 전 승계를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조원 규모의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S 상장주식에 대해 받은 상속세는 3조60억원이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추정 상속세는 2조7290억원,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2조4521억원이었다. 세 사람은 지난 4월 상속세를 완납했다.
한화그룹이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경영권 승계를 완료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상 ‘가족회사’인 한화에너지가 지배구조상 정점에서 (주)한화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한화에너지 주주는 장남 김동관 부회장(지분 50%), 차남 김동원 사장(20%), 삼남 김동선 부사장(10%) 등으로 구성된다.
(주)한화 지분 9.7%를 보유했던 한화에너지는 2024년 7월과 12월 각각 공개매수, 시간외매매를 통해 (주)한화 지분 12.45%를 추가로 획득했고, 이듬해 김 회장이 세 아들에게 지분 11.32% 증여에 나서면서 (주)한화 최대주주에 오르게 됐다.
한화에너지 역사는 2001년 한화S&C에서 출발한다. 자본금 30억원으로 설립된 한화S&C의 초기 주주는 (주)한화(지분 66.67%)와 김승연 회장(33.33%)이었다. 2005년 (주)한화는 지분 전체를 김 부회장에게 20억원(취득단가 5100원)에 넘겼고, 이어 김 회장이 다른 아들들에게 각각 5억원(지분 16.5%)에 지분을 양도했다. 결국 3형제가 실질적인 대주주가 된 것이다. 이후 한화S&C는 비상장 가족회사로 있으면서 유상증자를 통해 3형제 지배력을 키웠고, 계열사 지분 투자를 통해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했다.
2017년 한화S&C는 에이치솔루션과 한화S&C로 분할됐고, 한화에너지가 에이치솔루션 자회사로 편입됐다. 그러다가 2021년 한화에너지가 모회사 에이치솔루션을 흡수합병 했고, 그해 한화에너지는 (주)한화 지분 5.46%를 취득하며 승계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한화S&C로 출발한 회사는 2017년 한화S&C(분할 후 한화시스템에 흡수)와 에이치솔루션 분할 과정에서 에이치솔루션이 됐고, 2021년 한화에너지의 에이치솔루션(소멸) 흡수합병으로 한화에너지로 다시 변경된 것이다.
문제는 사실상 (주)한화의 지주사 역할을 한 한화에너지가 매출 상당 부분을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올리며 승계에 필요한 현금 부담을 낮췄다는 점이다. 연결감사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한화S&C는 2005년부터 2016년까지 7조8812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그 중 3조9108억원(비중 49.6%)은 계열사 등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 나온 매출이었다.
에이치솔루션 시절 2017~2020년까지 매출액에서 특수관계자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9.9%에 달했다. 2021년부터 작년까지 한화에너지가 올린 매출액 가운데 특수관계자 비중도 18.5%로 작지 않았다. 흡수합병 후 한화에너지가 (주)한화 주식 매입에 지출한 규모는 2021년 1164억원, 2024년 1519억원이었다.
그룹 매출을 통해 성장한 덕에 오너일가 '현금 통로'로 활용될 수 있었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11월 중간배당을 실시하며 3형제에게 배당금 1000억원을 지급했다. 별도 순이익 1206억원에 육박한 규모였다. 지분을 고려하면 김 부회장은 500억원, 김 사장과 김 부사장은 250억원씩 수령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작년 말엔 김 사장과 김 부사장이 한화에너지 지분을 각각 5%, 15% 매각하며 김 사장은 2764억원, 김 부사장은 8291억원을 챙겼다. 5년간 나눠서 내는 ‘연부연납’으로 증여세를 분할 납부 중인 만큼, 이를 증여세 재원으로 쓰거나 계열 분리 등 차후 독립 경영 체제 구축 과정에서 지분 매입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분할과 합병을 거쳐 한화에너지가 됐는데, 그 과실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과거 ㈜한화가 보유하던 한화S&C 지분을 총수 일가 자녀들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헐값 매각 논란이 있었고, 다른 회사와 거래했다면 더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다른 주주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준 사례”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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