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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韓석유제품 ‘안전판’ 주목…제트연료 등 긴급융통 검토

아시아투데이|최영재 도쿄 특파원|202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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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19일 한국 안동에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과의 에너지 안보 협력을 본격화하려 하고 있다. 중동 정세 악화로 원유·나프타·석유제품 공급 불안이 길어지는 가운데, 일본은 한국의 정제·석유화학 능력을 자국 공급망의 '안전판'으로 보는 분위기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한일 양국 정부가 정상회담에 맞춰 에너지안보 협력 등에 관한 공동문서를 발표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핵심은 긴급시 석유제품의 상호 융통이다. 공동문서안에는 한일 양국이 원유와 석유제품을 서로 융통하는 협력을 검토하기 위해 관민 대화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위기 상황에서 서로 공급하는 석유제품으로는 제트연료 등이 염두에 있다. 원유 조달과 수송 협력, 석유제품 수출규제 억제도 논의 대상이다.

일본이 이 사안을 중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본은 원유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지만, 중동 정세 악화 이후 대체 조달과 수송 안정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정제와 석유화학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고, 일본이 필요로 하는 일부 석유제품 공급망과 이미 연결돼 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한국은 수출하는 연료유의 약 10%를 일본에 공급하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위기 하에서도 불필요한 수출규제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공급망이 한일협력 새 축으로
이번 회담을 일본 쪽 시각에서 보면 단순한 우호 과시가 아니라 에너지 위기 장기화에 대비한 공급망 보험 성격이 강하다. 일본은 최근 미국산 원유, 러시아 사할린산 원유, 아제르바이잔산 원유 등으로 조달처 다변화를 시도해 왔다. 그러나 원유를 들여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항공·물류·산업 현장에 바로 필요한 제트연료와 각종 석유제품의 안정 공급이 중요하다. 일본이 한국과의 '제품 단위 융통'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LNG 협력도 포함된다. 일본은 세계 2위, 한국은 3위권의 액화천연가스 수입국으로, 구매력과 저장·수송 인프라를 활용하면 위기 때 공동 대응 여지가 있다. 공동문서안에는 공급망 강인화와 LNG 상호융통 협력 강화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주도하는 동남아 에너지 조달 금융지원 구상인 '파워아시아'에 한일이 협력할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 양국은 '산업·통상 정책 대화' 신설도 추진한다. 일본 경제산업성과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당국자가 참여해 석유제품 융통, 수출규제 억제, 원유 조달, LNG 협력 등을 논의하는 틀이다.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나오더라도 실제 위기 때 작동하려면 정부뿐 아니라 정유사, 상사, 물류회사 등 민간 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 입장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일본의 이번 접근은 한국을 단순한 외교 상대가 아니라 중동 리스크를 함께 견딜 수 있는 에너지 공급망 파트너로 본다는 뜻이다. 다만 위기 때 일본에 석유제품을 융통하는 문제는 국내 수급과 가격 안정, 수출규제 판단과 직결된다. 한국 정부로서는 한일 협력의 실익을 확보하되, 국내 소비자와 산업계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구체 조건을 따져야 한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기대하는 것은 관계 개선의 상징보다 위기 대응의 실무 장치다. 중동발 공급 불안이 쓰레기봉투, 포장재, 나프타, 제트연료까지 번지는 상황에서 일본은 한국의 정제 능력과 석유제품 공급망을 현실적 대안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안보가 한일 협력의 새 축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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