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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투매에도 지분율은 상승… 코스피 불장이 만든 ‘외인 지분 미스터리’

조선비즈|권우석 기자|2026.05.19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하는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100조원에 육박하는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과 글로벌 펀드의 자산 배분 비중 조절(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성격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다만 매도 규모가 워낙 크고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단순 조정을 넘어선 ‘구조적 자금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반면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주가 폭등 효과로 인해 외국인 전체 지분율은 오히려 상승하는 기현상이 나타나면서 시장의 해석은 팽배하게 엇갈리는 분위기다.

조선DB
조선DB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연초 이후 지난 15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98조2000억원(넥스트레이드 포함)을 순매도했다. 지난해 연간 순매도 규모(9조474억원)의 11배 수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기록한 역대 최대 순매도 규모(43조4978억원)도 이미 두 배 이상 넘어섰다. 아직 상반기도 끝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최근 외국인의 한국 증시 순매도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이달 순매도 규모가 월간 기준 역대 세번째 수준까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2월과 3월에도 19조, 35조원 규모를 순매도하며 기록적인 매도세를 보였다. 이달 들어서도 외국인은 이날까지 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약 25조원을 팔아치웠다.

매도세는 반도체주에 집중되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12조3476억원, 삼성전자를 9조3638억원 순매도했다. 다만 최근 BNK투자증권에 이어 키움증권도 향후 실적 둔화 가능성을 지적하며 SK하이닉스의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하는 등 일각에서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일부 제기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삼성전자 파업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환율 불안 역시 외국인 수급을 악화시키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5일 1500원을 돌파하며 한 달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최근 환율이 6거래일 연속 오른 시점은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연일 조 단위로 순매도한 기간과 겹친다.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국내 증시를 매도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주일 사이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라며 “삼성전자 노사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함께 재정 관련 우려 확대로 채권 금리까지 급등하면서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라고 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어선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보다 0.4원 오른 1501.2원에 출발했다./뉴스1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어선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보다 0.4원 오른 1501.2원에 출발했다./뉴스1

증권가에서는 아직까지는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달 들어 코스피 상승률이 15%에 육박하면서 글로벌 자산 배분 펀드들이 한국 비중을 기계적으로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해외 펀드들은 특정 국가나 업종 비중이 목표치를 초과하면 리밸런싱 차원에서 자동적으로 비중을 축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한국 증시와 반도체 업종 강세로 코스피에 대한 기계적 순매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도를 이어가는 가운데서도 코스피 내 외국인 지분율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외국인 지분율은 단순 보유 주식 수가 아니라 ‘외국인이 보유한 시가총액이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계산된다.

최근 코스피 상승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은 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 나타나면서, 외국인이 일부 주식을 팔고도 남아 있는 보유 주식 가치가 더 빠르게 불어난 것이다. 실제 외국인의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 지분율은 지난해 11월 31%에서 지난 14일 39.6%까지 상승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 지분율은 2020년 3월 코로나 이후 고점을 넘어, 2005~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외국인이 계속 순매도하고 있음에도 보유 주식 가치 상승 폭이 더 커 지분율은 오히려 높아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실제 연초 이후 외국인은 약 98조원을 순매도했지만, 같은 기간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은 약 1092조원 증가했다. 5월 이후에도 약 30조원을 순매도했지만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은 약 354조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고유가와 금리 상승 등 매크로 환경 악화가 이어질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재승 연구원은 “당분간 글로벌 유가와 금리 방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5%, 30년물 금리가 5%를 지속적으로 웃도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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