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으로 돈 벌고 8조 매각까지… DH ‘먹튀 논란’ 재점화
||2026.05.19
||2026.05.19
독일 배달 플랫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매각 작업에 착수하면서 배달의민족을 둘러싼 이른바 ‘먹튀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DH는 배민 인수 이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수년간 대규모 현금을 회수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인수가의 2배 수준인 8조원대 매각까지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배민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배달앱 규제 리스크가 커지는 시점에 DH가 본격적인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수익성 둔화·규제 리스크에… 인수가 2배 매각 추진
18일 투자은행(IB)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DH는 최근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SI)와 글로벌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투자안내서(IM)를 배포했다. 시장에서는 우버, 네이버, 알리바바 등이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DH의 희망 매각가는 약 8조원대로 전해졌다. DH가 2019년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가격이 4조75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인수가 대비 2배 가까운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DH가 배민의 성장 둔화와 각종 규제 리스크가 본격화되기 전에 투자금 회수에 나섰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배민은 여전히 국내 배달앱 1위 사업자이지만 경쟁 심화와 수익성 둔화,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이 겹치면서 장기 성장성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3년간 우아한형제들의 실적을 보면 외형 성장과 수익성 둔화가 동시에 나타난다. 연결 기준 매출은 2023년 3조4155억원에서 2024년 4조3226억원, 2025년 5조2830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23년 6999억원에서 2024년 6408억원, 2025년 5929억원으로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5062억원, 4593억원, 4406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무료배달 경쟁 확대와 라이더 비용 증가 등이 수익성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비용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배달대행 등 운영 관련 비용으로 추정되는 외주용역비는 2024년 2조2370억원에서 2025년 3조1543억원으로 급증했다. 전체 매출의 약 60%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급수수료 역시 같은 기간 3595억원에서 3673억원으로 늘었다. 배달앱 시장이 단순 중개 경쟁에서 물류·배송 경쟁 단계로 넘어가면서 비용 구조 자체가 무거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 등 경쟁 플랫폼들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쿠팡이츠는 무료배달과 와우 멤버십을 앞세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서비스 운영을 둘러싼 잡음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배달앱이 음식점 노출 반경을 축소하면서 실제 영업 중인 매장이 앱에서는 ‘준비중’ 상태로 표시돼 주문 자체가 제한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라이더 수급과 배달비 부담이 커지자 플랫폼들이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은 단거리 주문 중심으로 운영 효율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정치권의 규제 움직임도 부담 요인이다. 현재 국회와 정부에서는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도입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수료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플랫폼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달앱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DH, 배당·자사주 소각으로 수천억원 회수… “인수가만 받아도 성공적”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DH가 규제와 경쟁 부담이 더 커지기 전에 본격적인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 DH는 배민 인수 이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꾸준히 현금을 회수해왔다. 우아한형제들은 2023년 영업이익 6998억원 가운데 4127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고, 2024년에는 5372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소각을 진행했다. 형식상 자사주 거래지만 시장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이 DH 보유 지분을 사실상 현금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DH 본사로 지급되는 각종 수수료와 로열티 성격의 비용도 늘고 있다.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우아한형제들은 DH 측에 지급수수료와 보험료 등의 명목으로 2024년 약 645억원, 2025년 약 761억원을 지급했다. 또 DH 계열사인 헝거스테이션홀딩스와는 2025년 2700억원 규모의 자금 대여 약정도 체결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배민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현금이 배당과 자사주 소각, 로열티·수수료 등의 형태로 해외 본사에 지속적으로 이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의 현금이 국내 서비스 경쟁력 강화보다 DH의 수익 회수에 우선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DH가 제시한 8조원대 몸값이 현재 플랫폼 업황과 규제 환경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배민이 국내 1위 배달앱으로 성장하며 외형을 키운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 심화와 규제 리스크를 고려하면 실제 인수자 입장에서는 가격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DH는 그동안 배당과 로열티, 각종 수수료 등을 통해 이미 투자금 상당 부분을 회수한 상태라는 평가가 많다”며 “업계에서는 당시 인수가 수준만 받아도 충분히 성공적인 투자금 회수라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달앱 산업이 예전처럼 폭발적인 성장 산업으로 평가받기 어려워진 데다 각종 규제 변수까지 감안하면 8조원대 가격은 매수자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라며 “특히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는 플랫폼 수익 규모 자체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제인 만큼 향후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라이더 배차 지연과 주문 취소, 배달 가능 거리 축소 논란까지 겹치면서 업주와 소비자 불만도 커지고 있다”며 “여기에 규제 강화로 향후 기업가치가 낮아질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국내외 기업 모두 쉽게 뛰어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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