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에… 세제·IPO 강점 부각되며 홍콩으로 FO 몰린다
||2026.05.18
||2026.05.18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아시아 패밀리오피스(FO) 허브’로 도약 중인 홍콩의 위상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홍콩이 미국 나스닥을 제치고 기업공개(IPO) 조달액 1위를 기록하는 등 전 세계 자본이 몰리면서, FO 자본 운영에 최적화된 도시라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앞서 미국 경제매체 CNBC는 3월 투자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란 전쟁으로 두바이의 안전자산 이미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홍콩이 패밀리 오피스에 제공하는 확대된 세제 혜택이 중동 투자를 재고하는 부유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로펌 찰스 러셀 스피치리스의 파트너이자 펀드 설립 전문 변호사인 개븐 청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홍콩에 패밀리 오피스 설립을 고려하는 가족들, 심지어 과거 홍콩을 떠났던 가족들과도 거의 매일 상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홍콩 정부는 최근 약 160개의 FO가 홍콩에서 사업을 설립하거나 확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구나 글로벌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이미 홍콩에는 3384개의 싱글 패밀리 오피스(SFO)가 있는데, 이는 2년 사이 681개 증가한 수치다. SFO는 단일 자산가 또는 한 가족의 자산만을 전담하는 FO를 의미한다.
◇ 전 세계 자본이 몰리는 홍콩
자산가들에게 홍콩이 매력적인 이유는 FO 운영에 유리한 세제 환경뿐 아니라, 글로벌 자본이 집중되며 자산 증식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LSEG 등에 따르면 홍콩은 지난해 370억 달러(약 56조원) 이상의 IPO 자금을 조달하며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133억 달러(약 20조원)를 유치하며 미국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1분기 IPO 조달액의 55%가 인공지능(AI) 및 기술 기업에 집중되면서 홍콩은 ‘기술 허브’로도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중국 AI 기업 즈푸와 미니맥스는 홍콩 증시에서 IPO를 통해 총 13억 달러(약 2조원)를 조달했으며, 상장 이후 주가도 400% 이상 상승했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4월 “해외 진출과 연구개발 투자를 추진하는 중국 기업들이 홍콩을 주요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홍콩 정부는 바이오 산업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홍콩은 글로벌 투자자 네트워크와 임상·연구 인프라를 기반으로 연구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전 주기를 지원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초기 단계 바이오 및 메디테크 투자에 집중하는 투자회사 베르니나 바이오인베스트의 디렉터 베티나 에른스트 박사는 “홍콩은 아시아 전반의 인재, 연구, 파트너십이 교차하는 핵심 거점으로, 혁신 투자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며 “초기 단계 기업이 대학, 의료진, 국경 간 협력 네트워크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검증과 확장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고, 이는 과학적 성과를 실제 환자 혜택으로 연결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 세금 낮고 FO 설립 절차도 간단
홍콩은 오랫동안 단순하고 낮은 세제 구조로 자본가들의 선호를 받아왔다. 홍콩에서는 자본이득세, 부가가치세(VAT), 유산세, 상속세가 없으며, 배당금이나 이자에 대한 원천징수세도 부과되지 않는다. 법인세는 2단계 구조로, 기업 이익 중 최초 200만 홍콩달러(약 4억원)에 대해 8.25%의 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SFO의 경우 세금 면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자산 보존과 관리가 주목적인 자산가들에게 매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최근 수년간 글로벌 주요 도시들이 세금 인상을 추진해온 흐름과 대비된다. 아랍에미리트의 경우 2023년 법인세를 도입해 세율이 기존 0%에서 9%로 상승했다. 일본 역시 4월부터 각 사업연도 법인세액에서 500만 엔(약 4700만원)을 공제한 금액의 4%를 추가로 부과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인상했으며, 미국 뉴욕주에서도 법인세 인상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역시 순자산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초과하는 거주자에게 일회성 5% ‘부유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2026년 주민투표 안건으로 추진되고 있다.
홍콩 정부는 FO 수요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SFO가 관리할 수 있는 적격 투자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SFO와 가족 소유 투자 지주회사, 투자 펀드 등을 대상으로 세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금과 같은 귀금속, 디지털 자산, 사모 대출 등 다양한 자산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가 핵심이다.
FO 설립 절차도 비교적 간단하다. 홍콩 증권선물조례상 규제 대상 활동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패밀리 오피스 설립 시 별도의 인가나 사전 승인이 필요 없다. 인가 절차가 필요하고 실제 운영을 시작하기까지 통상 수개월 이상 걸리는 싱가포르와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업과 가족 자산을 동시에 확장하려는 자산가들 사이에서 홍콩의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국 자산가들의 관심도 커지는 가운데, 졸리 입 홍콩투자청 패밀리오피스 부문 글로벌 부대표는 한국을 방문해 조만간 국내 자산가와 기업인들을 만나 국경 간 투자 기회와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입 부대표는 “가족 기업들이 해외 확장과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가족 자산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홍콩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본토와 아시아 전역으로 사업 기반을 넓히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고액자산가들에게 홍콩은 단순히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거점만이 아니라, 개인 자산의 성장과 삶의 목표 측면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며 “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산업으로 진입할 수 있는 매력적인 발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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