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까지 나선 농협 정상화… 강호동 체제 흔들리나
||2026.05.17
||2026.05.17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농협 개혁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 농협중앙회를 둘러싼 비리 논란과 지배구조 개편 문제가 논란이 되는 모습이다. 다만 실제 제도 개편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이 나온다. 비리 의혹의 중심에 선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자율 개혁’을 강조하고 나선 데다 중앙회장 권한 축소와 직선제 도입 등 핵심 개혁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어서다.
17일 정치권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농협법 개정안은 사실상 하반기로 논의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와 정치권은 상반기 내 농협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중앙회장 직선제와 정부 감독권 확대 등을 둘러싼 반발이 거세지면서 속도 조절론이 커진 영향이다.
개정안 핵심은 전국 조합장 약 1100명에게만 주어진 중앙회장 선거권을 전체 조합원 187만명으로 확대하는 직선제 도입과 독립 감사기구 설치다. 중앙회장의 막강한 권한을 분산하고 내부 견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외에도 독립 감사기구 신설, 정부 감독권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실제 농협은 지난해부터 각종 비리 의혹이 잇따라 터지며 조직 전체 신뢰에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경찰은 강호동 회장이 2023년 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농협 계열사와 거래 관계에 있던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수사 중이다. 강 회장은 지난 4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18시간 넘는 조사를 받았다.
수사는 농협 내부 전반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경찰은 전직 농협 부회장과 전 노조위원장 등을 압수수색하며 금품 전달 과정과 조직적 개입 여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에는 농협중앙회가 임직원의 개인 형사사건 변호사비 3억2000만원을 공금으로 지급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며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중앙회 준법지원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열린 공청회에선 구조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농협개혁추진단 공동단장인 원승연 명지대 교수는 최근 국회 공청회에서 “농협은 다른 조직들에 비해 지배구조와 통제 장치 발전이 뒤처진 곳”이라며 “기득권 유지가 아니라 조합원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합장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여의도에서는 전국 농·축협 조합장과 농민 2만여명이 집회를 열고 농협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당시 강 회장이 직접 참석해 “개혁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회장 직선제에 대해선 선거 비용 증가와 정치화 우려를 이유로 공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강 회장이 꺼내든 것은 자율 개혁이다. 농협이 발표한 자체 개혁안을 보면 외부 추천기관 확대와 인사 검증 강화 등 인사 절차 개선에 나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앙회장 권한 축소나 선거 구조 개편 등 핵심 내용이 빠지면서 강 회장이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비판 여론만 잠재우려는 시도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농협 정상화를 언급하면서 개혁 논의는 다시 힘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회의에서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와 일부 임직원 비리 때문에 농협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조합원 직선제 등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농업계에서는 농협이 비리와 권한 다툼에 매몰되는 사이 정작 농민 지원과 농촌 경쟁력 강화 논의는 뒤로 밀리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직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농협금융은 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한 구조인 만큼 중앙회장의 영향력이 금융지주와 계열사 CEO 인사 전반에 직접 작용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강태영 NH농협은행장, 송춘수 NH농협손해보험 대표, 박병희 NH농협생명 대표 등 주요 계열사 수장 상당수는 강 회장 체제에서 중용된 인물들로 꼽힌다. 이들 대부분 임기가 연말까지인 만큼 금융권에서는 강 회장의 거취에 따라 연말 CEO 인사와 중앙회 후속 인사가 연쇄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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