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건전성 착시’… 유예조치 걷어내니 8곳 ‘경고등’
||2026.05.15
||2026.05.15
중소형 보험사 상당수가 금융당국의 유예조치 없이는 건전성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금·저축성보험을 주력으로 팔아온 일부 생명보험사의 경우 유예조치 적용 전후 건전성비율이 2배 이상 벌어졌다. 당장 내년부터 건전성 규제가 강화될 예정이지만, 자본 여력이 제한된 중소형사의 경우 대비하기도 쉽지 않은 처지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보험사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비율이 당국 권고치인 130%에 근접하거나 미달한 보험사는 총 8곳이다. 경과조치 전 K-ICS 비율은 ▲푸본현대생명 56.0% ▲KDB생명 71.0% ▲iM라이프생명 102.9% ▲ABL생명 108.9% ▲롯데손해보험 126.1% ▲NH농협손해보험 131.0% ▲하나생명 134.0% ▲IBK연금보험 134.1%로 집계됐다.
K-ICS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능력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다. 2023년부터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앞서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생기는 재무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자본 감소분과 위험액 증가분을 최대 10년에 걸쳐 나눠 반영하도록 하는 일시적인 완충 장치를 마련했다.
이들 8개사는 경과조치를 적용한 공시 기준으로는 모두 권고치인 130%를 웃돈다. 그러나 경과조치를 제외한 실질 비율은 절반 이상이 130%를 밑돌고, 나머지도 130%대 초반에 그친다.
생명보험사 중에서도 저축성·연금보험 위주로 영업해온 곳일수록 수치가 나쁘게 나타났다. 저축성·연금보험은 결국 고객에게 수십 년에 걸쳐 돌려줘야 할 돈이기 때문이다.
실제 연금보험 및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은 회사일수록 당국이 마련해준 유예조치 사항을 많이 적용하고 있다. 현재 KDB생명·하나생명·푸본현대생명·IBK연금보험 등 4개사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유예조치 4개 항목을 모두 적용받고 있다.
다른 보험사들이 위험액 증가분에 대해서만 유예를 받은 것과 달리, 이들은 시가평가로 줄어든 자본 감소분에 대해서도 경과조치를 적용받고 있다. 그만큼 실제 자본 여력과 경과조치 적용 후 수치 간 괴리가 크다.
특히 건전성 지표가 가장 악화한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13일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장기신용등급 하락 판단을 받았다. 모회사인 대만 푸본그룹으로부터 지난해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았음에도 고질적인 적자와 건전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당국 권고치인 130%도 처음부터 이 수준이었던 것은 아니다. K-ICS 도입 당시 권고기준은 150%였다. 그러나 새 제도 시행 이후 이 기준을 유지하기 어려운 보험사가 늘어나자 금융당국은 올해 권고치를 130%로 낮췄다. 이미 낮아진 기준에서도 실질 건전성이 취약한 보험사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내년부터 건전성 비율이 강화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건전성 수치를 관리해왔다. 실제 손실 흡수 능력보다 수치 맞추기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무리한 채권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이 재무 건전성을 오히려 갉아먹는다는 문제도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빌린 돈이 아닌 실제 회사가 보유한 자기자본이 얼마인지를 보기로 했다. 순수 자기자본만으로 비율을 따져 해당 비율이 50%에 미달할 경우 적기시정조치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보험사들이 새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2035년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현재 K-ICS 비율이 130% 언저리에 머문 보험사들의 경우 빌린 자본을 걷어낸 순수 자기자본만으로 50% 기준을 채우기도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아울러 유예기간 중에도 주기적으로 최저 이행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사실상 자본 확충 압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평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035년까지 유예기간을 준다고는 하지만 주기적으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최저 이행기준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아 대규모 자본 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최저 이행기준을 맞춰야 하는 보험사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영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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