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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 시대 망 이용대가 논의,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자신문|전자신문|2026.05.14

손혁민 가천대 전자공학과 교수
손혁민 가천대 전자공학과 교수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의 망 이용대가 논의를 무역장벽의 하나로 지적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인터넷망 이용을 둘러싼 국제 거래 관계와 주요국 정책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평가다. 유튜브, 넷플릭스, 생성형 인공지능(AI) 같은 대형 서비스가 막대한 데이터를 주고받으려면 안정적인 인터넷망이 필수다.

이 망을 유지하고 고도화하는 비용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부담할 것인지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AI 시대 디지털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글로벌 과제다.

망 이용대가는 온라인 서비스 트래픽을 이용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네트워크 인프라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비용이다. 네이버, 카카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내외 기업들은 이미 이를 부담하고 있다. 핵심은 기업의 국적이 아니라, 망을 이용한 수준에 상응하는 비용을 공정하게 부담하는지 여부이다.

해외에서도 오래 전부터 유사한 논의가 있었다. 프랑스 오렌지(Orange)-코젠트(Cogent) 분쟁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인터넷 중계 사업자인 코젠트가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에 대량의 인터넷 트래픽을 전송하면서도 대가 지불을 거부하자 오렌지 측은 망 용량 증설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코젠트가 제기한 소송 등에서 프랑스 공정위와 대법원은 오히려 오렌지의 대응이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미국도 주요 통신사와 글로벌 플랫폼 사이에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유료 계약이 맺어져 왔다. 넷플릭스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컴캐스트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국내 소송에서도 법원은 인터넷 연결과 유지가 유상의 서비스이며, 이에 대한 비용 지불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독일에서도 도이치텔레콤과 메타 간 소송에서 대가 청구권이 인정됐다.

유럽연합(EU)도 디지털 네트워크 법안을 통해 망 이용 관계를 둘러싼 분쟁을 조정하는 절차와 기준을 마련 중이다. 브라질에서도 대형 플랫폼의 비용 기여와 계약 의무화 검토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망 이용대가 논의가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라 글로벌 여러 국가에 당면한 공통 과제임을 보여준다.

특정 국가 기업을 겨냥하거나 해외 사업자를 불리하게 대우하는 제도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의 제도 논의는 이용자 수와 데이터 전송량 등 객관적 기준을 충족하는 사업자에게 국내외를 구별하지 않고 적용하는 비차별적인 구조를 지향한다. 본질은 해외 기업 여부가 아니라, 인터넷망을 대규모로 이용하며 수익을 추구하는 주체의 공정한 비용 분담이다.

AI 시대에 이 문제는 더욱 무게감을 갖는다. 생성형 AI, 클라우드, 초고화질 영상, 실시간 협업 서비스가 확산할수록 인터넷망에는 더 큰 데이터 용량과 빠른 응답 속도, 안정성이 요구된다. AI 혁신은 이용자에게 끊김 없이 전달되는 빠르고 안정적인 인터넷망 위에서 완성된다. 네트워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AI 서비스의 품질과 디지털 산업의 경쟁력도 함께 약화될 수 있다.

AI 서비스가 급격히 확산하는 만큼 네트워크 기반시설 무임승차의 영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래 성장을 위해서라도 트래픽 유발에 따른 합리적 비용 분담 원칙이 지켜져야 하며, 공정하고 비차별적인 망 이용 정책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다.

손혁민 가천대 전자공학과 교수 hson102@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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