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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회장, ‘화학적 결합’ 리더십이 아쉽다 [줌인IT]

IT조선|이성은 기자|2026.05.14

“우리 모두 하나된 마음으로 완전한 ‘한 팀’을 이뤄야만 세계 무대에서 국가 대표 항공사로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올해 3월 대한항공 창립 57주년 기념사에서 “통합에 있어 임직원 모두가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나가 됐으면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회장은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직원간 갈등을 우려했다. 조 회장은 2020년 11월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이후 2021년 신년사를 통해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고 보듬어주면 좋겠다”는 말을 시작으로 매년 양사 직원간 화합을 강조했다. 2025년 1월에는 아시아나항공 임직원에게 두 회사 모두 다르지 않은 똑같이 소중한 가족이다며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조 회장이 전한 화합의 메시지는 임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결국 양사 직원간 갈등으로 번졌다. 특히 최근에는 양사 조종사 사이 연공서열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며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도성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은 최근 대한항공 사측에 보낸 공문에서 아시아나항공에서 탈락한 지원자들이 비행시간 1000시간을 채워 대한항공에 입사한 사람들이 많다며 통합사 출범 이후에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의 기존 근속 연수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KAPU)은 APU의 이같은 입장에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모욕 등으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대한항공 사측은 당초 ‘입사일’ 기준 통합을 제안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군 경력 조종사의 전역 이전부터 입사 처리를 해주는 관행이 있던 만큼 대한항공 군 경력 조종사들은 서열에서 밀리게 된다. 다시 사측이 ‘전역일’ 기준으로 대안을 제시하자 아시아나항공 군 출신 조종사는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대한항공 민간 경력직의 서열을 앞지르는 역전 현상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입사일 기준으로 서열을 단순하게 통합하면 비행 경력이 짧은 아시아나항공 부기장이 먼저 기장으로 승진하는 등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은 고용 승계 원칙에 따라 기존 근속 연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사 조종사간 갈등은 이미 예견됐다. 올해 1월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내 아시아나항공 게시판에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보이는 작성자가 김포공항을 겨냥한 ‘자폭 비행’을 예고하는 글을 올리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같은달 아시아나항공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T2)에서 대한항공과 함께 근무하게 되면서 항공 운항 브리핑실 사용을 두고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시아나항공의 T2 이전과 관련해 블라인드에서는 ‘망시아나 셋방살이’라는 비방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조 회장이 그동안 강조한 직원간 화합은 단지 메시지에 불과했다. 대한항공은 연공서열 갈등 등과 관련해 이제서야 명확한 방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조 회장의 리더십 성과를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여객 수송이 사실상 멈춘 상황에서 화물 기단 가동률을 확대하며 위기를 돌파한 조 회장의 리더십에 해외에서 각종 리더십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 회장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갈등이 발생하기 전 세심한 조율이 필요했지만 갈등이 나타나서야 봉합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준비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통합 대한항공’의 출범이 6개월가량 남았다. 갈등이 지속될 경우 통합사 출범 이후에도 불안한 비행이 지속될 수 있다. 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 몸과 같이 움직이다 통합 시점부터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양사 직원간 마음의 문이 닫히고 있다.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 틈이 보이지 않는다. 조 회장이 리더십으로 스며들 틈을 만들어야 한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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