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지갑업체 렛저, 美 IPO 계획 보류…"시장 여건 악화"
||2026.05.14
||2026.05.14
[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암호화폐 하드웨어 지갑업체 렛저(Ledger)가 미국 증시 상장과 기업공개(IPO) 추진을 중단했다.
13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매체 크립토폴리탄에 따르면, 렛저는 시장 여건이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기존에 검토해온 상장 계획을 공식 보류했다.
렛저는 올해 초부터 골드만삭스, 제프리스, 바클레이스 등 금융기관과 접촉하며 IPO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당시 기업가치는 약 40억달러 수준으로 거론됐다. 다만 미국 증시 상장의 첫 공식 절차로 꼽히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비공개 S-1 서류는 아직 제출하지 않은 상태였다.
상장 추진이 멈추면서 레저는 다른 자금조달 방안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다. 현재 대안으로는 비공개 투자 유치가 거론된다. 공개시장 대신 사모 자금으로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렛저는 암호화폐 보유자의 개인 키를 오프라인에서 보관할 수 있는 하드웨어 기기를 만드는 업체다. 2014년 프랑스 파리에서 설립됐고, 2023년에는 약 15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연 매출은 1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상장을 미룬 배경에는 냉각된 암호화폐 IPO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2025년 한 차례 상장 흐름이 이어졌지만, 이후 시장 변동성 확대와 암호화폐 가격 하락, 거래량 감소가 겹치며 신규 상장에 대한 투자 수요가 약해졌다. 렛저가 내세운 이유도 '불리한 시장 여건'이었다.
비슷한 흐름은 다른 업체에서도 나타났다. 미국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은 2025년 말 SEC에 비공개 서류를 제출했지만, 올해 초 수십억달러 규모 IPO를 중단했다. 2026년 들어 미국 IPO를 마친 암호화폐 기업으로는 비트고가 사실상 유일하지만, 상장 후 주가 흐름은 기대에 못 미쳤다. 비트고는 1월 약 2억1300만달러를 조달했고 공모가는 18달러로 제시 범위를 웃돌았지만, 상장 직후 20% 넘게 올랐던 주가는 빠르게 힘이 꺾였고 현재는 공모가보다 약 36%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만 렛저가 미국 시장 확장 자체를 접는 것은 아니다. 렛저는 3월 뉴욕에 새 사무실을 열고 서클 인터넷 출신 존 앤드루스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했다. 앤드루스는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에서 자본시장과 투자자 관계를 맡았던 인물이다.
렛저는 뉴욕 사무실을 미국 사업 확대를 위한 수백만달러 투자의 일부로 규정했다. 이 거점은 기업용 인프라 플랫폼인 레저 엔터프라이즈의 업무 허브 역할을 맡고, 회사 내에서 수십개의 새 일자리도 만들 예정이다.
파스칼 고티에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그는 1월 기자들에게 암호화폐 자금은 '오늘날 뉴욕에 있고, 세계 다른 어느 곳에도 없으며 특히 유럽에는 없다'고 말했다. 상장은 멈췄지만, 자금과 사업 기회를 미국에서 찾겠다는 방향성은 유지하는 모습이다.
이런 흐름 속에 렛저의 선택은 개별 기업 판단을 넘어 크립토 기업들의 상장 전략이 다시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미국 증시 직행보다 비공개 자금조달과 사업 확장에 우선순위를 두는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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