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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장 특사’ 베트남 외교장관 방북…남·북 두 트랙 동시 가동

아시아투데이|정리나 하노이 특파원|202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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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의 특사로 파견된 레 호아이 쭝 외교장관이 13일(현지시간) 평양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회담했다. 지난해 10월 럼 서기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이후 7개월 만에 이뤄진 외교 수뇌부 후속 접촉이다.

베트남 측의 이번 방북은 베트남 공산당 14차 당대회 결과를 '사회주의 형제국'에 통보하는 외교 의례 형식을 띤다. 그러나 외교 일정을 펼쳐 놓고 보면 결이 다르다. 베트남은 작년 8월 럼 서기장의 한국 국빈 방문, 같은 해 10월 18년 만의 평양 방문, 올해 4월 럼 서기장의 중국 국빈 방문에 이은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답방까지 한·미 진영과 북·중·러 진영을 가르지 않고 잇따라 정상급 채널을 가동해왔다. 평양 특사 파견도 그 흐름 위에 있다.

베트남 외교부가 13일(현지시간) 밝힌 바에 따르면, 쭝 장관은 이날 평양에서 김성남 북한 노동당 정치국원 겸 국제부장과 면담한 뒤 최선희 외무상과 회담했다. 양측은 베트남 14차 대회와 북한 노동당 9차 대회 결과를 상호 통보했다. 최 외무상은 "럼 서기장 겸 국가주석이 특사를 평양에 보낸 것은 베트남이 북한 측을 매우 중시함을 보여준다"며 작년 10월 평양에서 양국 고위 지도자가 도달한 합의 정신에 따라 전통 우호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북한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유엔과 아세안지역포럼(ARF) 등 다자무대에서의 협력 강화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럼 서기장은 지난해 10월 베트남 최고지도자로는 2007년 농 득 마인 전 서기장 이후 18년 만에 방북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외교·국방·보건·통신·무역 등 5개 분야 협력문서에 서명했다.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대회 주석단에는 김 위원장과 함께 중국 리창 총리,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러시아당 위원장, 럼 서기장이 자리했다.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지 않은 자리에서 럼 서기장은 행사 주석단에서 김 위원장 바로 옆자리를 차지했다.

베트남은 같은 기간 한국과의 정상 외교도 동시에 진행해왔다. 럼 서기장은 평양 방문 두 달 전인 지난해 8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국빈으로 한국을 방문했고, 이 대통령은 지난달 21~24일 베트남을 답방했다. 베트남은 한국의 3대 교역국이다. 한국은 베트남 최대 투자국으로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946억 달러(약 141조 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한·미 진영과 북·중·러 진영 양쪽에 동시에 신뢰 채널을 유지하는 베트남의 외교 노선은 '대나무 외교'로 불린다. 뿌리는 단단하되 줄기는 바람에 따라 휘어진다는 의미로, 응우옌 푸 쫑 전 서기장이 주창한 다극 실용주의 노선이다. 럼 서기장은 2024년 8월 서기장 취임 이래 이 노선을 그대로 계승해왔고, 서기장 연임을 확정한 제14차 당대회에서도 외교 노선의 큰 폭 변경은 없었다. 한국과의 협력을 확대해도 북한 채널을 단절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준 셈이다. 베트남은 2019년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였고, 한국과 북한 모두와 동시에 신뢰 채널을 유지하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몇 안 되는 사회주의 회원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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