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디지털통화 시대①] 스테이블코인 본격화...디지털 결제 생태계 전쟁
||202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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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을 앞세운 글로벌 디지털통화 전쟁이 시작됐다. 달러 패권을 디지털 공간까지 확대하려는 미국과, 이에 맞서 자국 통화를 지키려는 각국의 스테이블코인 각축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착수하며 디지털통화 주권 방어에 돌입한 상황이다. 디지털투데이가 창간 19주년을 맞아 바짝 다가온 디지털통화 시대와 이를 준비하는 금융·핀테크 업계의 움직임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디지털투데이 이지영 기자] 전 세계 통화 질서가 디지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아직 완전한 디지털통화 시대가 열리진 않았으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통화 체계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 각국이 기술 혁신을 넘어 통화 주권을 둘러싼 경쟁에 뛰어들면서 디지털통화는 글로벌 금융 패권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안정성과 빠른 송금 속도, 낮은 수수료를 기반으로 글로벌 결제·이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과거 가상자산 시장 내부에 머물렀던 스테이블코인이 이제는 실질적인 디지털 결제 수단으로 여겨지면서 각국의 통화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디지털자산이 아니라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GENIUS Act'를 통해 연방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마련하며 제도권 편입에 속도를 냈다. 해당 법안은 은행 자회사 등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자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대신 1대1 준비자산 보유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 결제 시장에서도 달러 중심 질서를 유지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달러 기반 자산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 송금과 디지털자산 거래,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사실상 디지털 달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입장에서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확산 자체가 달러 수요 확대와 미국 국채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유럽과 일본은 미국과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인 MiCA를 도입하며 유로화 기반 디지털 금융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전자화폐토큰(EMT)의 경우 은행이나 전자화폐기관만 발행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준비금 일부를 반드시 은행에 예치하도록 의무화했다. 스테이블코인 성장 과정에서도 금융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일본 역시 2023년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주요국 가운데 처음으로 은행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법제화했다. 발행 주체를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제한하고 이용자 자산 전액 보전을 의무화하는 등 비교적 보수적인 규제 체계를 채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위안화(e-CNY) 실증 사업을 확대하며 디지털 결제 시장 영향력 강화에 나서는 상황이다. 통화 주권 경쟁이 디지털 공간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기업 간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플랫폼 '키넥시스(Kinexys·구 JPM코인)'를 운영하며 기업 간(B2B) 결제 시장에서 상용화를 확대하고 있다. 씨티그룹 역시 블록체인 기반 무역금융 플랫폼 '시티 토큰 서비스(Citi Token Services)'를 통해 신용장 발급과 대금 지급 자동화에 나선 상태다. 글로벌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투자 자산이 아닌 차세대 결제 인프라로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韓 디지털통화 주권 방어전...CBDC·스테이블코인 본격화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정치권과 금융권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관련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글로벌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결제와 송금 시장까지 빠르게 침투할 경우 장기적으로 원화 사용 기반이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원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디지털 결제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와 이용자 보호 장치 등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과 디지털자산 감독 체계 마련 등이 주요 쟁점으로 거론된다.
다만 한국은행은 민간 중심 스테이블코인 확산보다 CBDC 기반 질서 구축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현재 CBDC 및 예금토큰 실증 사업인 '프로젝트 한강' 2단계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프로젝트 한강은 한국은행이 기관용 CBDC를 발행하고 시중은행이 이를 기반으로 예금토큰을 발행·유통하는 구조다. 현재 진행 중인 2단계에서는 생체인증과 개인 간 송금, 국고금 집행 등 상용화에 가까운 실거래 테스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역시 최근 취임사에서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사업을 통해 CBDC와 예금토큰 활용도를 높이고 디지털 지급결제 환경에서도 원화 위상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보조적 수단으로 두되, 디지털통화 주도권은 중앙은행과 은행권 중심으로 가져가겠다는 방향성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권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발행 및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금융사는 해외 디지털자산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며 결제·송금 시장 선점 전략 마련에 나서는 분위기다. 핀테크와 가상자산 업계 역시 디지털 결제 시장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제도가 완전히 정비되기 전부터 시장 주도권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아직 과제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은 비은행권 중심의 무분별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통화정책 유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준비자산 규제와 이용자 보호, 발행 주체 관리 등 제도 설계 과정에서 풀어야 할 문제도 많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통화 주권 방어 수단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시장에서는 신중한 시각이 공존한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디지털통화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누가 더 강한 통화를 보유했는지보다, 누가 디지털 결제 네트워크와 통화 생태계를 선점하느냐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통화 시대의 주도권 경쟁이 글로벌 금융 질서를 뒤흔드는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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