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의 불편한 형평성 [줌인IT]
||2026.05.13
||2026.05.13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과세 시행이 예정돼 있다. 당국은 납세자 반발과 과세 인프라 미비 등을 이유로 세 차례 미뤘던 가상자산 과세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조한다.
세무 당국의 입장은 나름대로 논리가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조세 원칙이다. 가상자산만 과세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과세 체계는 완성형이라고 볼 수 있을까. 가상자산 업계와 투자자는 “여전히 준비가 안 된 과세”라고 반발한다.
반발하는 근거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폐지됐는데, 가상자산만 별도로 과세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현재 주식 투자 수익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 투자자는 지방소득세 포함 22%의 기타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당국 논리대로라면 주식 시장에도 금투세를 적용해야 형평성에 부합한다. 하지만 당국은 주식 시장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한국 주식 시장은 아직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시장 여건이 충분히 조성된 시점에 검토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발언을 그대로 적용하면 가상자산 시장 역시 과세 시점을 신중히 볼 필요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올해 2월 기준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의 보유금액과 거래대금은 1년여 만에 반토막 난 상태다. 그렇다면 이 시장도 상황을 고려해 과세 시점을 판단해야 한다.
과세 인프라 미비 문제도 여전하다. 국세청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자료 연계와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어디까지 과세할 것인가”에 대한 혼란이 여전하다.
해외 거래소를 통한 수익은 어떻게 추적할 것인가, 개인 지갑 간 이동은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스테이킹(예치)·에어드롭(가상자산 무상배포)·하드포크(코인 분리) 등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 이 부분도 분명치 않다.
그럼에도 예정대로 과세가 시행될 경우 어떻게 될까. 과세 부담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규제가 느슨한 해외 거래소나 탈중앙화거래소(DEX)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국내 거래소에서 원리원칙대로 거래한 투자자들만 규제에 따른 과세를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 경쟁력 약화가 불보듯 뻔하다.
시행 시점이 2027년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가상자산 과세 논쟁은 단순히 ‘세금을 걷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이제는 시행 여부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보다, 시장 현실과 과세 형평성 사이에서 투자자와 업계가 얼마나 납득할 수 있는 제도도 다듬는지가 중요하다.
정서영 기자
insy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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