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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분쟁 장기화에 동남아 관광시장도 ‘아시아 안으로’ 발길

아시아투데이|정리나 하노이 특파원|2026.05.12

THAILAND ECONOMY <YONHAP NO-4741> (EPA)
중동 분쟁 장기화로 동남아시아 관광업이 유럽·중동 의존에서 벗어나 중국·인도 등 아시아 역내 단거리 관광객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다만 체류와 소비 패턴이 다른 시장의 특성상 방문객 수는 회복돼도 관광 수입의 공백은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함께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채널뉴스아시아(CNA)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공습한 뒤로부터 중동행 항공편 예약이 급감했다. 두바이와 도하를 환승 허브로 삼던 노선들이 영공 폐쇄·제한과 연료난 속에 줄줄이 결항·우회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만 편의 항공편이 차질을 빚었다. 일부 유럽 노선의 항공권 가격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말레이시아의 한 여행사의 대표인 모하마드 리잘은 "3월 초 우리 사업의 약 80%가 타격을 받았다"며 "중동 환승이 필요 없는 동남아·근거리 지역 32개 패키지를 새로 내놓았다"고 말했다. 푸켓 풀만 판와비치 리조트 관계자는 푸켓의 중동 관광객은 이란전쟁 발발 이후 30~50% 줄었고, 3월 초 기준 독일·러시아·영국·프랑스·이스라엘에서 오는 관광객도 급감했다.

◇ 말레이·인니·태국 각자도생
각국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관광예술문화부는 지난 3월 31일 한국과 중국·인도네시아·태국·일본·인도·방글라데시·베트남 등 "안정적이고 성과가 높은" 아시아 시장에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10월부터 푸켓~페낭(에어아시아), 반다아체~쿠알라룸푸르(바틱에어), 충칭~코타키나발루(충칭항공) 등 역내 신규 노선이 잇따라 열린다. 말레이시아 관광청은 올 1~3월 전체 방문객의 약 70%가 동남아 출신이었고, 3월에만 343만명이 입국해 지난해 같은 달(337만명)을 웃돌았다고 밝혔다.

3월 중동발 방문객이 전년 동월 대비 9.51%, 유럽발 방문객은 8.5% 감소한 인도네시아 역시 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동남아와 중국·한국·호주·뉴질랜드를 우선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니 마데 아유 마르티니 관광부 마케팅 담당 차관은 "이들 시장은 거리상 가깝고 중동 환승이 필요 없으며 항공료 인상 영향도 덜 받는다"고 설명했다.

태국에서는 중국발 회복세가 뚜렷하다. 3월 중국 관광객은 전년 동월 대비 38%, 4월에는 약 32% 늘었다. 그러나 1~4월 전체 외국인 방문객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45% 줄었다. 태국관광청장은 "항공료 상승과 좌석 공급 부족으로 단기 여행 수요가 영향을 받으면서 관광업이 분쟁의 영향을 장기간 받을 것"이라고 현지 매체에 말했다.

◇ 방문객 수는 회복돼도 수입 공백은 그대로
방문객 수가 회복되더라도 관광 수입의 공백은 그대로 남는다는 것이 문제다. 핀란드 오울루대학의 시아막 세이피 관광지리학 교수는 "유럽인 관광객은 보통 2주를 머물며 고급 호텔과 투어, 쇼핑에 돈을 쓰는 반면, 싱가포르에서 오는 역내 관광객은 긴 주말 한 번 다녀가며 전체 지출이 적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문객 수 회복은 자신 있게 발표해도, 실제 관광 수입에는 공백이 남을 수 있다"고 했다. 푸켓의 경우 장거리 시장이 방문객 수의 3분의 1에 그치지만 관광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진다. 푸켓 풀만 리조트 관계자는 분쟁이 8주 이상 이어지면 푸켓에서만 최대 60만명, 12억3000만 달러(약 1조8000억원)의 관광 수입이 사라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같은 아시아 시장을 두고 동남아 국가들이 한꺼번에 경쟁에 뛰어드는 것도 부담이다. 세이피 교수는 "여러 나라가 같은 시장에 비슷한 해변·쇼핑·문화 상품을 동시에 내놓으면 가격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관광 컨설팅사 월드우먼투어리즘의 창업자 니샤 아부 바카르는 "표지판·결제 시스템·가이드 콘텐츠·서비스 언어까지 그동안 서구 장거리 관광객에 맞춰져 있었던 만큼, 중국·인도·인도네시아·한국 관광객으로 무게 추를 옮기는 일은 안내 책자를 번역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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