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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에 흔들리는 클래식 공연장

아시아투데이|전혜원|2026.05.12

[세종문화회관] 공연사진_ 2025년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Part I 인 콘서트 (1)
최근 클래식 공연계에서는 영화·애니메이션·게임 음악 콘서트가 한층 더 늘어나는 분위기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대형 스크린과 라이브 연주를 결합한 '필름 콘서트'가 공연계의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주요 오케스트라와 공연장들이 관련 프로그램 편성을 더욱 확대하면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교향곡과 협주곡 중심이던 무대에 OST 기반 공연이 빠르게 스며들며 클래식 공연의 풍경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는 공연장 곳곳에서 확인된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주요 오케스트라들이 영화음악 콘서트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으며,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등 대형 공연장에서도 영화·애니메이션·게임 OST 중심의 무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일부 공연은 티켓 오픈 직후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흥행성을 입증하고 있다.

공연계는 이러한 흐름의 배경으로 관객 변화와 흥행 안정성을 꼽는다. 영화·게임 음악 콘서트는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 관객의 접근성이 높고, 이미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콘텐츠를 활용하는 만큼 공연장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관객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연장 문턱을 낮췄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과거 클래식 공연장이 어렵고 낯선 공간으로 인식됐다면, 최근에는 대중문화 콘텐츠와 결합한 공연을 통해 보다 친숙한 문화 공간으로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외연 확장을 넘어, 클래식 공연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전통 레퍼토리의 위축이다. 베토벤·브람스·말러 같은 정통 교향곡보다 흥행 가능성이 높은 영화·애니메이션 음악 공연이 편성 우선순위를 차지하면서, 클래식 공연의 중심축 자체가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공공 지원 구조가 이러한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관객 수와 흥행 가능성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프로그램에 기획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관객 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익숙한 콘텐츠 위주의 기획이 늘어나면서, 정통 레퍼토리나 실험적 시도를 지속할 동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주 현장에서는 음악적 완성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영화 장면이나 게임 영상과 결합된 공연은 몰입도를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영상과 서사에 대한 몰입이 커질수록 연주 해석이나 음향 자체에 대한 집중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장기적 역량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규모 교향곡이나 오페라 대신 비교적 짧고 익숙한 곡 중심의 프로그램이 반복될 경우, 단체의 음악적 축적 구조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연주자들 사이에서는 "점점 어려운 작품을 연주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객 구조 역시 예상만큼 연결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있다. 영화·게임 음악 콘서트를 통해 공연장에 유입된 관객이 이후 전통 클래식 공연으로 이어지지 않고, 특정 장르 소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결국 객석 확대에는 성공했지만, 클래식 시장 확대라는 기대와 달리 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영화·게임 음악 콘서트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봐야 한다는 시각에는 선을 긋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임세열 음악평론가는 "영화음악과 게임음악 콘서트는 클래식 공연과 장르 자체가 다르다"며 "음악의 성격과 주요 관객층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의 인기가 클래식 공연 수요를 잠식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들도 영화음악 콘서트를 병행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국내 단체들의 시도 역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임 평론가는 다만 영화·게임 음악 공연을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로 단순 포장하거나, 동일한 지원 체계 안에서 접근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화·게임음악을 지원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면 별도 장르로 분류해 접근해야 한다"며 "클래식 음악은 독립된 예술 분야로서 별도의 지원 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충분한 수요를 확보한 장르에 정부 지원이 집중될 경우, 예술 다양성 보호라는 공공 지원의 취지와도 어긋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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