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시행령 개정에 쏠린 눈...업계, 디지털자산 규제 부담 우려
||2026.05.12
||2026.05.12
[디지털투데이 오상엽 기자] 오는 8월 시행을 앞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을 두고 디지털자산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정안은 디지털자산사업자 신고 심사 요건을 강화하고 디지털자산 이전거래에 대한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2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30일부터 5월11일까지 특금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월19일 공포된 개정 특금법이 오는 8월20일 시행되는 데 맞춰 법률이 위임한 세부사항을 정하는 성격이다. 금융위는 규제개혁위원회·법제처 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오는 7월 중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핵심 쟁점은 이전거래 보고 의무와 트래블룰 적용 범위 확대다. 개정안은 현재 국내 디지털자산사업자 간 100만원 이상 디지털자산 이전 시 적용되는 정보제공의무, 이른바 트래블룰을 100만원 미만 거래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는 국내 디지털자산사업자 간 디지털자산 이전거래의 60%가 100만원 미만 거래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소액 거래 구간이 트래블룰 회피나 자금세탁에 악용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송신 디지털자산사업자뿐 아니라 수신 디지털자산사업자에게도 정보확보 의무가 부과된다. 수신 사업자는 송신 사업자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지 못할 경우 정보 제공을 요구하고 필요하면 거래거절 조치를 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모든 국내 사업자 간 이전거래가 트래블룰 관리 대상에 들어가는 만큼 실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소액 이전거래까지 정보확인 절차가 적용되면 입출금 대기, 추가 확인, 거래 지연 등 이용자 불편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큰 논란은 해외 디지털자산사업자 및 개인지갑과의 이전거래 보고 의무다. 개정안은 국내 디지털자산사업자가 해외 디지털자산사업자나 개인지갑과 디지털자산 이전거래를 하는 경우 이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되 1000만원 이상 거래는 위험도와 관계없이 의심거래로 보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도록 했다.
다만 이는 국내 사업자 간 모든 1000만원 이상 거래를 일률적으로 의심거래보고(STR) 대상으로 삼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금융위는 해외 디지털자산사업자와 개인지갑이 특금법상 자금세탁방지 규율 준수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자금세탁방지 조치가 비교적 충실히 이뤄질 수 있는 국내 디지털자산사업자와 달리 해외 사업자와 개인지갑은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정안은 저위험 해외 디지털자산사업자로의 이전거래는 허용하고 그 외 해외 사업자 및 개인지갑은 송·수신인이 동일한 경우에 허용하며 고위험 사업자와의 거래는 제한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업계는 이 조항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보고 건수가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는 지난달 국내 신고수리된 디지털자산사업자 27곳 의견을 바탕으로 금융위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업계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5대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의심거래보고 건수가 지난해 기준 종전보다 85배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STR이 단순 행정 보고가 아니라 거래 분석과 고객 검토를 동반하는 절차라는 점을 들어 별도 보고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은행권 고액현금거래보고(CTR)처럼 일정 금액 이상 거래 자체는 별도 체계로 보고하고 실제 자금세탁 의심 거래는 기존 STR 체계로 관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고객확인의무 강화도 주요 내용이다. 개정안은 특금법상 고객확인의무가 고객 신원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확인한 정보의 정확성을 검증할 의무까지 포함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 금융사나 정부가 실시한 위험평가 결과 고객이 자금세탁행위를 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거나 고위험 상품·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강화된 고객확인(EDD)을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업계에서는 고객확인정보 검증 의무가 강화되면 소득정보, 직장정보, 자금 원천, 거래 목적 등 추가 자료 제출 요구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법인 고객과 기관투자자 거래가 확대될 경우 해외 사업자나 개인지갑과의 고액 이전거래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어 보고와 확인 절차가 실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행령 개정안은 디지털자산사업자 진입 규제도 강화한다. 신고 심사 대상이 되는 대주주 범위에 최대주주뿐 아니라 대표이사 또는 이사의 과반수를 선임한 주주, 최대주주가 법인인 경우 해당 법인의 최대주주와 대표자도 포함한다.
재무상태와 사회적 신용 요건도 구체화된다. 디지털자산사업자는 최근 분기말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이 200% 이하이고 최근 3년간 채무불이행 등으로 건전한 신용질서를 해친 사실이 없어야 한다. 임원과 대표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자격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디지털자산사업자는 자금세탁방지와 이용자 보호 등을 위한 조직을 갖추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보고책임자와 준법감시인을 둬야 한다. 전산설비와 내부통제체계도 신고 요건에 포함된다.
이는 디지털자산사업자 심사를 대표자 중심에서 대주주와 지배구조 전반으로 넓히는 조치다. 금융당국은 부적격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정비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반면 업계에서는 심사 범위가 넓어질수록 신규 사업자 진입과 기존 사업자의 지배구조 변경 절차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FIU는 오는 13일 닥사와 원화 디지털자산 거래소 관계자들을 만나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의견을 듣는다. 업계는 자금세탁방지 체계 강화라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일부 조항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 체계 강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위험도와 관계없이 금액 기준만으로 의심거래보고를 요구하면 보고 건수만 급증하고 실제 의심 거래를 선별하는 기능은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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