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보일러’ 안방 공략 본격화…난방시장 판 흔들까
||2026.05.12
||2026.05.12
삼성전자가 국내 B2C 난방 시장 공략에 본격 시동을 걸면서 기존 보일러 시장 판도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히트펌프 보급 확대 흐름 속에서, 가스보일러 중심이던 국내 난방 시장이 전기 기반 히트펌프 중심으로 재편될지 주목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한국형 ‘EHS 히트펌프 보일러’ 신제품을 공개하고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제품은 바닥난방 중심의 한국 온돌 구조에 맞춘 공기-물(A2W) 방식을 채택했다. 계절성능계수(SCOP) 4.9 수준의 효율을 구현했고 영하 25도 환경에서도 동작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영하 15도 조건에서도 최대 70도의 고온수 공급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삼성물산과 협력해 향후 아파트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단독주택 중심 제품이지만, 공동주택 환경에 적합한 솔루션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히트펌프를 단순 난방기기를 넘어 가정 내 에너지관리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스마트싱스 등 자사 AI·스마트홈 플랫폼과 연계해 가정 내 에너지 사용량을 통합 관리하는 방식으로 B2C 사업으로 확장하는 셈이다. 국내 아파트 시장까지 진입이 현실화될 경우 기존 보일러 업체들과의 경쟁 구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럽 정부는 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매우 공격적인 보조금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고 기후 위기에 대응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게 필수 과제가 된 상황이다”이라며 “현재는 친환경 관련 규제나 이슈도 많지만 향후 B2C로도 확장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히트펌프 전략에는 정부 정책도 자리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 말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오는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를 보급해 온실가스 518만톤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만 현실적인 장벽도 존재한다. 가장 큰 변수는 가격이다. 일반 가정용 최고급 콘덴싱 가스보일러는 설치비 포함 100만~150만원 수준이지만, 히트펌프는 설치 환경에 따라 700만~1000만원 이상으로 책정된다. 초기 비용만 보면 최대 7~8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는 히트펌프의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스보일러는 가스를 태워 열을 만드는 구조로 효율이 통상 90% 수준에 머무르지만, 히트펌프는 전기 1의 에너지로 3~5 수준의 열 생산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동일 조건 기준 장기적으로 난방비를 30~50%가량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시장 특성상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현재 국내 공동주택과 구축 아파트 대부분이 가스보일러 기반으로 설계된 데다, 보일러 시장은 제품 자체보다 설치·배관·긴급 AS 네트워크 경쟁력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히트펌프는 기존 보일러보다 넓은 설치 공간이 필요해 아파트 대단지가 대부분인 국내 도심 환경에서는 물리적인 제약도 존재한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가스보일러 시장 우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난방 시장의 전기화 흐름은 불가피하다. 이미 유럽에서는 가스보일러 규제가 확대되고 있으며, 독일·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히트펌프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역시 최근 3년간 유럽 HVAC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며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아직 국내 히트펌프 시장은 초기 단계로 뚜렷한 점유율 1·2위 구도가 형성되진 않은 상황이다. 다만 기존 가스보일러 시장에서는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이 오랜 기간 상위권을 유지해온 만큼, 삼성전자·LG전자 등 대형 전자업체들의 본격 진입이 중장기적으로 시장 판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가스보일러 시장이 가격과 설치 인프라 측면에서 우위지만, 히트펌프는 AI·에너지관리·스마트홈과 결합 가능한 전기 기반 제품이라는 점에서 산업 구조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삼성·LG 같은 전자기업들과 기존 보일러 업체 간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변상이 기자
difference@chosunbiz.com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