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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호 피격에 ‘규탄 대상 없는 규탄’ 내놓은 靑

조선비즈|이슬기 기자|2026.05.11

청와대가 11일 ‘HMM 나무호 피격’과 관련해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냈다. 사고 발생 일주일 만이다. 하지만 규탄의 대상인 공격 주체는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공격 주체를 이란으로 단정하면 미국으로부터 군사행동 동참 압박을 받을 수 있고, 여기에 섣불리 동참하면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국익이 손상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 전경. /뉴스1
청와대 전경. /뉴스1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 합동조사단의 현장 조사 결과 미상의 비행체 2기가 (나무호) 선미를 1분 간격으로 두 차례 타격했다”면서도 “추후 조사를 통해 공격 주체와 정확한 기종 등에 대한 식별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위 실장은 “지금은 공격 주체를 특정하지 않은 단계”라며 “조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는 예단해서 어떤 조치를 하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란을 공격 주체로 단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풀이됐다. 그러면서 위 실장은 외교부가 지난 10일 이란 대사를 불러들인 데 대해서도 ‘초치’란 표현은 적절치 않으며 인근 국가와 ‘소통’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란 공영 프레스TV는 지난 6일(현지시각) “해상 규정을 위반한 한국 선박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10일 “이란발 공격”이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미국은 중동전쟁 개시 이후 한국에 군사행동 동참을 수차례 압박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요청했고, 지난 4일 ‘프로젝트 프리덤’(호르무즈 상선 탈출 지원 군사 작전) 동참을 요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나무호 공격 주체를 이란으로 단정하면, “이란으로부터 군사 공격을 당했다면 군사 행동에 동참하는 게 옳지 않으냐”는 미국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안규백 국방장관은 오는 11일(현지시각)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할 예정이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프로젝트 프리덤’을 포함한 호르무즈 해협 경색 해소 노력에 한국이 더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60%가 넘는 나라다.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이란과 관계가 악화할 경우 원유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최근 우리 정부가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에 50만 달러의 인도적 지원을 결정하고 특사를 파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중동 문제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한국이 이란을 나무호 공격 주체로 단정하고 미국의 군사행동에 동참할 경우 이란도 좌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주도의 다국적 연합체 해양자유연합(MFC) 참여 제안, 영국·프랑스가 주도하는 다국적군 참여 여부 등에 대해 “해협을 자유롭고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모든 노력에 우리가 참여하는 문제를 검토한다는 정도이고, (파병에) 근접한다 안 한다를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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