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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루비오 vs 숨 고르는 밴스...이란 전쟁이 바꾼 공화당 차기 잠룡 경쟁

조선비즈|유진우 기자|2026.05.1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석에서 직접 후계 구도를 띄우기 시작했다. 표면적인 1순위는 여전히 JD 밴스 부통령이지만, 이란 전쟁이라는 대형 변수가 터지면서 기류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인디펜턴트 등 주요 매체들은 10일(현지사각)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 지인들과 저녁 자리, 마러라고 리조트 사석에서 참모와 측근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나, JD인가, 마코인가(What do you think? JD or Marco?)” 라는 질문을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두 사람을 ‘아이들(kids)’이라 부르며 2028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동시 지지할 가능성도 거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참모들은 “재미 삼아 묻는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에선 대통령이 직접 두 사람을 비교 선상에 올린 것 자체를 후계 권력 순서를 묻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공식적인 지명 전에 대통령이 직접 차기 주자들을 비교 선상에 올리면서 당내 권력 투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4월 23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오른쪽)과 JD 밴스 부통령이 경청하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4월 23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오른쪽)과 JD 밴스 부통령이 경청하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밴스 부통령이 주도하던 후계자 구도에 루비오 장관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분기점은 이란 전쟁이다. 루비오 장관은 이달 5일 백악관 브리핑룸에 직접 나서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위기를 설명했다. 스페인어에 이탈리아어까지 섞어가며 장관이 직접 까다로운 외신 질의를 받아내는 장면이 장시간 노출됐다. 루비오 장관실 측은 이 영상을 미국 애국주의 느낌을 살린 짧은 대선 캠페인 형태 클립으로 가공해 인터넷에 확산시켰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흐름을 ‘마코멘텀(Marcomentum)’이라고 표현했다.

루비오 장관 행보는 이달 들어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이어졌다. 루비오는 바티칸에서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 크리스털 미식축구공을 선물했고,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도 회동했다. 두 사람 모두 트럼프의 이란 공격 결정에 공개 반대 의사를 밝혔던 인사들이다. 트럼프가 만든 외교적 마찰을 루비오가 봉합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오는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중국의 이란 영향력 행사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며 관련 의제 전면에 나섰다.

루비오는 올 들어 1월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축출, 이후 쿠바 압박을 진두지휘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서반구 패권 강화를 맡은 실무 사령관으로 자리 잡았다. 트럼프는 CNN 인터뷰에서 쿠바 정권 붕괴 가능성을 언급하며 “마코를 그쪽으로 보낼 생각”이라고 했다. 백악관에서 마두로 체포와 이란 공습이 결정된 안보 회의에서 루비오가 트럼프 곁을 지킨 반면, 밴스 부통령은 화상으로 참여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루비오는 국무장관이면서 국가안보보좌관 역할까지 겸한다. 인터넷에서는 그가 온갖 직책을 떠맡는다는 밈(meme)이 유행 중이다.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 휫 에이어스는 NYT 인터뷰에서 “트럼프에 동조하면서도 지나치게 열광하지는 않았던 공화당원들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 정치인” 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유력한 대권 1순위였던 밴스 부통령은 전쟁 국면에서 뚜렷한 한계를 노출하며 고전 중이다. 그는 상원의원 시절부터 이라크·아프가니스탄·리비아 군사 개입을 비판해 온 반개입주의자다. 2023년 기고문에서는 트럼프 1기의 성공 요인으로 “전쟁에 개입하지 않은 점”을 꼽기도 했다. 부통령으로서 최고 군통수권자인 대통령 결정을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마가(MAGA) 핵심 지지층의 반전 정서도 무시할 수 없다.

밴스는 이란 전쟁 내내 관련 공개 발언을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 한 기자가 “이란 전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했느냐”고 묻자 “기밀 회의에서 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겠다”며 답을 피했다. CNN은 “밴스는 최근 2주간 소셜미디어 활동을 크게 줄였고, 이란 관련 게시물도 전사자 추모나 트럼프 발언 공유에 그치고 있다” 고 했다.

대신 밴스는 당 조직 관리에 매달리고 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재정 의장 자격으로 모금을 주도하고 있고, 최근에는 공화당 텃밭 가운데 한 곳인 아이오와주 디모인 공장 현장에 투입돼 잭 넌 하원의원 지원 유세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그는 3월 쿠웨이트 미군 기지에서 이란 드론 공격으로 숨진 아이오와 출신 병사 2명을 거론하며 “우리는 이 나라를 그들의 희생에 걸맞게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마크 쇼트는 NYT에 “대통령은 부통령에게 완전한 충성을 기대하지만, 내 경험상 부통령의 향후 정치적 성공까지 챙겨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미국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에서 루비오 장관의 2028년 대선 경선 승리 확률은 올해 초 6%에서 5월 6일 19%까지 뛰었다. 같은 기간 밴스 부통령은 29.7%에서 18%로 내려와 두 사람 격차가 오차 범위 수준으로 좁혀졌다. 정치 자금을 굴리는 워싱턴 로비스트들이 루비오 장관을 밴스 부통령을 대체할 유력한 차기 대안으로 진지하게 재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중을 상대로 한 전통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밴스 부통령이 강세다. 에셜론 인사이츠 조사에서 공화당 경선 지지율은 밴스가 42%, 루비오가 14%로 크게 차이가 났다.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스트로폴에서도 밴스 53%, 루비오 35%로 밴스가 멀찌감치 앞섰다. 다만 루비오는 지난해 CPAC 조사에서 3%에 그쳤다가, 올해 35%로 도약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공화당 유권자의 75%가 밴스에게 호감을 표한 반면, 루비오 호감도는 64%였고 19%는 그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당원을 기반으로 한 대중적 인지도는 여전히 밴스 부통령이 확고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다만, 두 사람의 본격적인 경쟁을 점치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루비오는 지난해 배니티페어 인터뷰에서 “JD 밴스가 대선에 출마하면 그가 우리 후보가 될 것이고, 나는 가장 먼저 그를 지지할 사람 중 하나”라고 밝혔다. 향후 권력의 무게추는 11월 중간선거와 이란 전쟁의 장기화 여부에 따라 다시 요동칠 전망이다. 정계 관계자들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선전한다면 당 조직을 총괄한 밴스 부통령이 마가 운동의 진정한 후계자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전쟁 장기화로 유가 폭등 등 경제 전반이 휘청인다면 정책 실패의 정치적 비용을 부통령이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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