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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 패싱에 질렸다”…‘초기업→전삼노’ 교섭권 회수 목소리 본격화

IT조선|이광영 기자|2026.05.09

제2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초기업노동조합에 위임했던 교섭권을 회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반노조인 초기업노조가 반도체(DS) 부문 보상에만 매몰되며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을 소외시키자 조합원들이 직접 집행부 교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가운데)이 4월 24일 서울 용산경찰서를 방문해 5월 21일 이 회장 자택 앞 집회 신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 독자 제공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가운데)이 4월 24일 서울 용산경찰서를 방문해 5월 21일 이 회장 자택 앞 집회 신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 독자 제공

9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 일각에서 교섭권 회수를 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후조정 안건 선정 과정에서 초기업노조가 전삼노의 ‘공통재원’ 안건을 일방적으로 묵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전삼노는 전 직원을 아우르는 보상안을 건의했으나,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해당 안건이 없다고 공지하면서 사내에선 의도적으로 전삼노를 배제한 것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DX부문 임직원은 현 교섭 집행부의 편향성에 거부감을 나타낸다. 사내 커뮤니티에선 초기업노조가 DX부문을 다시 차단했으며, 사후조정 위원 중 DX의 목소리를 대변할 인사가 전무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삼노는 7일 최승호 위원장에게 공문을 보내 ‘교섭 배제’ 협박성 발언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최 위원장이 현장의 소통 과정을 문제 삼으며 사과가 없을 시 교섭에서 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노노(勞勞) 간 신뢰를 저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삼노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후조정안에 ‘공동재원 1%’ 반영을 둘러싼 갈등을 거론하며 최 위원장을 압박했다. 전삼노는 과반노조 지위가 특정 사업부만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DX와 DS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교섭권 회수를 요구하는 호소성 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 임직원은 “노사가 사후조정까지 간 마당에 초기업노조가 계속 교섭대표를 해야 할 명분이 있느냐”며 “DX부문 입장에서는 전삼노가 교섭하는 것이 실리 면에서 유리하다”고 적었다.

제3노조인 동행노조는 앞서 4일 초기업노조의 독단적 운영을 비판하며 공동교섭단에서 공식 이탈했다.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가 소수 노조의 의견을 고의로 무시하고 ‘어용노조’라 비하하는 등 상호 신뢰를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3자 공조 체제에 균열을 냈다.

이 같은 편향 운영의 여파로 초기업노조에서는 DX부문 조합원들의 대규모 탈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노조 게시판에는 하루 1000명 이상의 탈퇴 신청이 올라오는 등 과반 노조로서의 지위 자체가 흔들리는 분위기다.

노조 요구안이 관철될 경우 DS 부문 임직원은 1인당 6억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게 되지만, 실적이 악화된 DX 부문은 사실상 배제되는 구조다.

재계 관계자는 “자기 사업부 이익만 챙기고 타 부서 의견을 묵살한다면 이는 이익단체에 불과하다”며 “이는 교섭대표노조의 책무를 망각한 행보다”라고 노조의 정체성 위기를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최근 협력사 직원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노동계 내에서도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하청업체(협력회사)와도 성과를 나눠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입사 당시 채용 조건을 근거로 “정규직은 공부도 많이 한 분들이고 같은 선에서 보면 안 된다”며 “하청 노조가 원한다면 원청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면 될 일”이라고 차별적 보상을 정당화한 발언을 했다.

이에 한 노동계 관계자는 “거대 노조의 위원장이 같은 노동자인 협력업체 직원들을 '공부 안 한 사람들'로 사실상 폄하한 셈”이라며 “노동자 연대의 가장 기본적인 정신마저 무너뜨린 발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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